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선거철로 접어드는 모양이다. 이달 말부터 후보등록을 시작해서 다음달 14일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금속노조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는지는 관심 밖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국에서 금속노조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정국에서 금속노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노동자와 시민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다. 조합원 15만명이 가입해 있는 우리나라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 그런 보루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금속노조에 대한 기대가 점점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노동시장이 양극화하는 과정에서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를 완성하지 못한 점을 뼈아프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산별노조의 취지는 지금의 언어로 재사용하면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는 시스템으로 시작된 노동운동의 과제였다. 기업 간 노동조건 격차를 줄이고, 자본의 시장주의에 맞서 노동의 교섭력을 높이는 방안이었다. 그런 산별노조가 우리나라 금속노조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산별노조 이후 기업 간 임금격차는 더 벌어졌고, 정부와 자본의 노골적인 노동권 침해에는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금속노조가 무늬만 산별노조로 전락한 원인은 대기업노조에 있다. 완성차 노조를 비롯해 대기업집단의 노조가 중앙교섭이든 지역지부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노조에 비판이 집중되는 이유는 임금격차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직원의 평균임금은 2004년 4천900만원었는데 지난해에는 9천700만원으로 올랐다. 기아차도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핵심 부품사인 현대모비스 직원의 평균임금은 같은 기간 4천800만원에서 9천만원으로 인상됐다. 현대차 1차 부품사인 덕양산업 직원의 평균임금은 2004년 5천만원에서 지난해 7천만원으로 상승했다.
자동차부품 사업장 몇 곳을 더 살펴보자.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 부품사 수산중공업 직원의 임금은 2004년 3천600만원에서 10년이 지난 지난해에도 3천600만원을 기록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자동차 부품사 이젠텍 직원의 평균임금은 같은 기간 2천220만원에서 4천232만원으로 올랐다. 완성차와 대기업, 그리고 부품사의 임금격차가 벌어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금속노조 사업장 중에서 상장된 회사의 임금수준이 이 정도다. 비정규직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금속노조 내부의 임금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임금격차를 금속노조는 해결하지 못했다. 앞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의 교섭구조로는 그렇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조가 참여하는 공동의 단체교섭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기업지부가 존재하는 조건에서는 그런 단체교섭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은 현대차지부가 공동교섭에 나서는 것이다. 현대차지부가 공동교섭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우선 사측의 노골적인 반대와 조합원들의 눈치 때문이다. 현대차지부는 이런 조건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면서 이익을 챙겼다. 그렇지만 현대차지부가 기업단위 교섭에 갇히면서 부품사와의 임금격차는 더 벌어졌다. 현대차지부가 초기업 단위 교섭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차 사측은 지금을 호기로 삼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사측이 꺼낸 방안은 상여금 750% 중에서 450%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성과와 연동해서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까지 했다. 인건비도 줄이고 정부 방침도 적극 따르는 모양새가 되고 있으니 사측으로서는 이만한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지부가 기업 단위 교섭을 고집하는 것은 사회적 고립을 자처하는 선택이 된다. 조합원의 경제적 이기주의를 주체적으로 혁파하지 않으면 괴물로 변할지 모른다. 조합원 눈치를 덜 보려면 지부장 임기를 3년으로 늘리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2년마다 선거를 하면 조합원 이기주에 더 묻힐 수밖에 없다.
혁신은 위기에서 잉태된다. 주체적으로 변화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노동이 주체적으로 혁신하지 못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부터 반성하지 않으면 미래는 암울하다. 이번 금속노조 선거가 위기에 빠진 노동운동을 건져 내고 혁신의 싹을 틔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