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권리를 찾기 위해 공장을 점거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렇게 땅위에서 싸울 수 있는 노동자들은 그래도 낫다. 거리로 쫓겨난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을 걸고 하늘 위에서 싸운다. 크레인과 송전탑에 올라가고 굴뚝에 올라가고 광고판에 오른다. 노동부도, 언론도, 법도 노동자 편이 아닌 현실에서 연대하는 힘이 없다면 노동자들은 권리를 찾을 길이 없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간절하게 연대를 기다리고 많은 이들이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에 화답한다. 그런데 사법부는 연대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탄압을 해 왔다. 희망버스에서 크레인이 있는 공장에 연대하기 위해서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를 씌우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함께 거리에서 권리를 외쳤다는 이유로 일반교통방해죄를 묻는다. 많은 이들이 연대를 하면서 재판정에 서고 소용비용을 감당하고 벌금을 물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의 사법탄압이 더 보태졌다. 소위 ‘업무방해 방조죄’라는 것이다.
2015년 7월22일 부산고등법원에서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이었던 최병승씨에게 ‘업무방해 방조죄’를 적용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2010년 7월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최병승씨는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그 판결을 계기로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게 된다. 바로 2010년 11월15일부터 그해 12월9일까지 벌어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의 CTS라인 점거 파업이었다. 그런데 이 파업에서 최병승씨는 금속노조 간부로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을 지지하는 집회 사회를 보거나 기자회견을 열고 CTS라인 점거 농성장에 들어가 비정규직지회 간부들과 조합원들에게 인사하고 농성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것이 ‘조합원들의 업무방해 범행을 인식하고 강화함과 아울러 그 범행을 용이하게’ 한 업무방해 방조행위라는 것이다.
‘업무방해 방조죄’는 이미 그 실효를 다한 제3자 개입금지조항의 새로운 버전이다. 제3자 개입 금지조항은 1980년 12월31일 노동쟁의조정법(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서 만든 대표적인 악법인 것이다. 그때에는 다른 사업장에 연대하면 이 악법으로 구속했다. 지지발언이나 기자회견만으로도 처벌을 받았고 심지어 조합원 교육을 한 사람들도 처벌을 받았다. 상급단체의 활동가들도 이 법으로 처벌을 받았다. 연대활동을 탄압하는 대표적인 악법이었지만, 노동자들은 ‘악법은 어겨서 깨뜨린다’는 원칙 아래 위축되지 않고 현장에서부터 연대를 실천해 왔다. 그랬기 때문에 이 법은 ‘연대를 가로막는다’는 법의 실효를 거둘 수가 없었고, 결국 2007년 노조법이 개정되면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권리를 가로막을 뿐 아니라, 노동자 투쟁에 대한 ‘연대’를 두려워하는 정부는 다양한 형태로 제3자 개입금지를 부활시키려고 해왔다. 2009년 용산참사 이후 정부가 재발방지 대책이라는 이름 아래 재개발 현장에서의 제3자 개입금지를 입법화하려고 했다가 시민사회의 반발로 후퇴한 바 있다. 그 이후 ‘업무방해 방조’라는 이름으로 다시 제3자 개입 금지를 시도했다. 2011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이포댐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이들을 지지한 사람에 대해 업무방해 방조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항소심에서 업무방해 방조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렇지만 투쟁에 연대하고 지지하는 이 모든 활동을 탄압하고 투쟁을 고립시키려는 정부의 집요한 시도는 그칠 줄을 모른다.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지금 많은 투쟁사업장에 대해 지지하는 글을 쓰고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모든 행위들이 ‘업무방해 방조’가 될 것이다. 정말로 기가 막힌 표현의 자유 억압이다.
이런 정부의 탄압을 이겨 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80년대 제3자 개입 금지조항을 깨뜨렸던 것처럼 ‘악법을 어기는 것’이다. 물론 그 악법을 어기려면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또다시 벌금과 재판, 긴 소송이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반교통방해죄를 감수하면서 거리에 나가 권리를 외쳤던 이들, 주거침입과 업무방해라는 이름의 탄압을 당하면서도 기꺼이 싸우는 이들과 함께했던 이들, 재판정에서도 당당하게 이 사법탄압의 문제를 알려왔던 이들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죄명의 문제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니 ‘업무방해 방조’ 따위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연대한다면 이 악법들은 결국 실효를 다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론을 내는 순간에도, 이 정도의 패기가 있지 않고는 노동자의 권리를 단 한 걸음도 진전시킬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이 참으로 슬프기는 하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