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노동의 불안정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세대 간, 노동자 간 대립구도를 만들려 하는 정부의 공세가 이번엔 고용보험제도로 옮겨졌다.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실시한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경우 고용보험기금으로 청년 1인당 연간 최대 1천80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담긴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의결했다. 임금피크제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되지 못하자 시행령을 개정해 정부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민주노총은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임금을 삭감하는 기업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한국노총은 재직자도 아닌 청년 신규채용 확대사업을 일반회계 지원 없이 고용보험기금만으로 충당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리는 있지만 현행 고용보험제도에 대한 지엽적 비판일 뿐이다.

고용보험제는 노동의 유연화를 제고할 목적으로 1995년 도입됐다.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나라들이 대부분 ‘실업보험’이라는 형태를 취한 것과 달리 고용보험 설계자들은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보다는 “실업의 예방 및 고용안정, 노동시장 구조개편, 직업능력개발을 강화하기 위한 노동시장 정책의 수단”으로서의 ‘고용보험’을 원했다(고용노동부, 「2014년판 고용보험백서」참조). 따라서 고용보험제는 처음부터 실업급여사업이 아니라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사업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시행됐다.

이러한 성격은 실업급여의 엄격한 수급요건에서 잘 드러난다. 이직 전 18개월간 피보험 단위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하며, 비자발적 실직으로 인정되는 경우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때에만 실업급여를 지급하며, 구직급여 최대 지급기간은 8개월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실업기간 동안의 생계 보장이 아니라 어떻게든 재취업을 하도록 독촉하는 제도로 설계돼 있다.

반면 현행 고용보험제의 나머지 반쪽인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부분은 매우 관대하게 구성돼 있다. 주로 사업주를 지원하는 이 부분에서는 지원에 따른 결과가 애초의 정책적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엄격히 심사하지 않는다.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에 관계된 고용보험료는 사업주만 부담하므로, 기업이 낸 돈으로 기업을 지원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외주화 등으로 고용불안을 확대시키는 기업이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도 않고, 구조조정을 원활히 뒷받침하기 위한 일에 고용보험기금이 쓰이는 것이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정기국회 전까지 재취업촉진 기능 강화를 담은 고용보험 종합개편방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르면 재취업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인정되면 구직급여 지급을 중단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받아들이라는 강요를 고용보험을 통해 하겠다는 발상이다.

지금 노동운동이 해야 할 일은 이처럼 불안정노동을 확산하고 강요하는 고용보험을 실업보험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노동자 부담분까지 포함된 고용보험료 인상 방식도 아니고, 가입자가 낸 돈은 가입자에게만 쓰여져야 한다는 방식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 출발점은 사업주의 실업보험료 부담 수준을 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늘리는 것, 그리고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을 많이 활용하는 기업에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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