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우리는 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 운영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예년과 달리 위원끼리 언쟁을 벌이다 막말까지 나왔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왜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위원 한 사람의 자질문제가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우선하다 보니 이런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익의 크기가 클수록 갈등의 크기도 비례하는 것이 보통이다. 임금이 딱 그런 사례다. 노동자에게 임금은 유일한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대체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익이다. 사용자에게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노력은 최저임금위에 참여하고 있는 노사정 3주체의 요구안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런데 요구안을 잘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대목을 발견하게 된다. 노사정 3주체가 똑같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가지고서 다른 요구안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같은 자료를 가지고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은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자.

최저임금위 사무국은 통계 전문가(한국통계학회)에게 의뢰해 미혼 단신근로자 가구 생계비를 분석한다. 이 분석 결과를 가지고 최저임금위 사무국은 2014년 기준으로 미혼 단신가구 생계비를 155만3천390원이라고 제시했다. 양대 노총은 208만9천35원의 생계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고 이를 시급으로 환산(월 소정근로 209시간으로 나눔)해서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경영계는 1인 도시근로자 생계비가 89만2천21원이라고 계산해 현 최저임금보다 생계비가 적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국 안을 기준으로 양대 노총은 생계비가 많이 든다고 했고, 한국경총은 적게 든다고 했다. 앞서 얘기한 대로 3주체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이용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사무국은 미혼 1인 도시근로자의 생계비를 산출했다. 양대 노총은 1인 도시근로자 생계비에다가 1.5인을 곱해서 계산했다. 1.5인을 곱한 이유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평균 가구원수가 2.5인이라는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2.5인에서 본인을 빼고 1.5인을 곱해서 계산했다. 그래야 가구당 생계비가 정확하게 계산된다는 논리다. 거기다 경제성장률(3.4%)·물가상승률(1.9%)·소득분배개선치(2.9%)를 추가로 반영했다. 그래서 사무국 안보다 큰 값이 나온 것이다.

경영계는 왜 도시근로자 생계비가 89만2천21원이라고 했을까. 경영계는 1인 도시근로자 전체 값을 사용하지 않고 하위 25%의 생계비 값을 사용한 탓에 사무국 안보다 적은 액수가 나온 것이다. 경영계가 중윗값도 아니고 평균값도 아닌 하위 25% 값을 사용했는지는 이유가 뻔하다.

이처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가 양대 노총에서는 최대한 큰 값으로 되고 경총에 가서는 최대한 작은 값으로 변한다. 누구 안이 가장 현실에 가까운 값일까.

그 답을 찾는 노력을 노동계가 좀 더 기울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양대 노총이 노동통계 전문기구를 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계의 쓰임새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데 노동통계 대부분을 정부가 생산하고 있다. 노동계가 생산하는 통계의 신뢰수준도 낮은 편이다. 임금인상률을 정하는 양대 노총의 표준생계비를 보더라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생계비 값이 다르다. 올해 한국노총은 단신가구 생계비를 216만4천664원으로 분석했고, 민주노총은 227만6천742원으로 산출했다.

표준생계비를 구하는 과정도 신뢰도를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필자는 노조와 함께 표준생계비를 산출한 경험이 있는데, 표준생계비를 구성하는 수십 가지 품목의 값을 정확하게 조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통계라는 것이 원래 오차(error)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오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그리고 일회성 연구용역으로는 양질의 통계자료를 생산할 수 없다. 통계에 대한 신뢰수준이 높아질수록 노동정책에 대한 신뢰도 올라갈 것이다. 노동계가 만드는 최저임금 요구안은 노동자 손으로 노동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교섭력도 강해진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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