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4일부터 법정 시한인 6월29일까지 2016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한 달여의 진검승부가 세종시에서 벌어진다.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미달자와 수혜자로 추정되는 규모가 350여만명에 이르니, 최저임금은 국민임금이라 불릴 만하다. 최저임금이 그대로 자신의 시급 기준이 되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생활비를 벌고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새벽 5시에 여의도와 강남의 빌딩숲으로 출근하는 청소노동자, 아파트와 각종 건물 관리실에서 쪽잠을 자는 경비노동자, 10년을 일하고도 100만원 벌기가 버거운 대형마트 여성 비정규 노동자, 지방공단 전자부품 하청조립공장에서 일하는 단기파견 여성노동자가 바로 그들이다. 우리의 일상생활 공간 속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늘 유령처럼 잊혔던 노동인권 사각지대의 사회적 약자들이다. 최저임금 수준이 이들 대다수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뜨거운 사회적 화두로 만든 건 경제부처 수장인 최경환 부총리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소득격차 해소를 강조하며 합세했다. 저 멀리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을 세계적 관심사로 만들었다. 마침내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업체인 페이스북은 적정임금이 행복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비정규 노동자와 용역업체 노동자들의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책정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이 나서야 될 국면이지만 아직 잠잠하다. 아니 도리어 한국경총과 전경련 등 사용자단체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는 주장을 그치지 않고 있다. 기왕에 정부가 선임한 공익위원들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돼 온 관행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일 게다. 이대로라면 요란한 빈 수레처럼 올해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물 건너간 듯 보인다. 최저임금으로 삶의 질이 결정되는 당사자들이 이런 상황을 잘 알아야 하는 이유다.
최저임금위는 각각 9명씩인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공익위원들로 구성된다. 27명이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절박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도를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비정규직과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은 대부분 노동조합 바깥에 놓여 있기 때문에 사회적 발언권도 미미할뿐더러 최저임금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전해 들을 통로도 없다. 어떤 국회 청문회보다 중요한 사회적 의제임에도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들과 일반 국민은 애초부터 배제돼 있는 것이다. 공중파로 생중계되기는커녕 닫힌 밀실에서, 폐쇄적인 회의구조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들과 가족에게 생명줄이 될 최저임금이 결정돼 버리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로 불리는 사회경제 민주화가 지체되고 있는 이유를 여기서도 확인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 논쟁도 풍부하고 정확하게 사회적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위원 자격으로 참여한 현장방문과 노동자-사용자 집담회에서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과 사용자들의 얘기를 들었다. 최소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최저임금을 올리고 개인이 아닌 가족 생계까지 염두에 둔 최저임금 산정이 필요하다는 노동자들의 호소에 동감하며 귀 기울였다. 또한 어려운 처지의 사용자들이 토로하는 고충에 적이 공감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위는 노동 3권이 박탈된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사회적 임금교섭의 장이다. 노사 당사자 및 공익위원들의 논거와 인상 수준을 둘러싼 쟁점이 사회적 논의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와 공감대도 훨씬 높아질 수 있고, 최저임금 위반 사각지대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가진 사회적 중요성에 비해 현재 최저임금위의 폐쇄적 운영구조는 문제가 크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전원회의 결과를 녹취록 수준으로 즉각 공개해야 한다. 관심 있는 당사자들의 회의 방청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올해 최저임금이 사회적 화두로 부각된 만큼 최저임금위 운영을 보다 민주화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미심쩍은 정보 미공개로 논란이 된 메르스 파동처럼 어리석은 전철을 밟지 말자. 회의 결과를 비롯한 정보공개가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namsin196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