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노사관계는 임금체계 문제로 시끌시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에서 통상임금 문제로 수세 국면에 처했던 사용자가 올해는 임금체계 개편 카드를 꺼내면서 공세적으로 나올 기세다.
대표적인 사업장이 현대자동차다. 현대차 임금체계개편위원회가 지난달 개편을 예고하는 운을 띄워 놓은 상태다. 노사 양측에서 선임돼 활동했던 임금체계개편위원회는 연공급 대신 숙련급체계로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정부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대타협이 실패하자 일방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임금체계 개편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정적으로 진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정부와 사용자가 노조를 배제한 채 논의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참여하지 않는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기존 사례를 들여다보면 금세 많은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정부와 사용자가 이를 모를 리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왜 그럴까. 그만큼 이 문제가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역으로 해석하면 노조가 유리한 카드를 쥐고 있다는 뜻이다. 노조는 법원 판결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 그리하여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제대로 되려면 반드시 노조가 협의구조에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노조를 참여시키기 전에 정부와 사용자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노동자에게 진정성을 담아 사과를 하는 것이다. 정부와 사용자가 그토록 개편하고 싶은 지금의 임금체계를 누가 만들어 왔는가를 생각하면 금방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정부와 사용자가 사과해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따져 보자. 먼저 연공급 문제. 정부와 사용자는 임금체계를 연공급제에서 직무급이나 성과급제로 바꾸고 싶어 한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기존 연공급체계의 최대 수혜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라는 점이다. 노동자는 연공급제의 최대 피해자였다. 연공급은 입사할 때부터 낮은 임금을 받다가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회사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 노동자에게 연공급을 적용해 저임금을 줬다. 회사마다 조금씩 사정이 다르지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세대는 90년대 초중반 사번이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 경제가 기관차처럼 달리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생산직에 취직한 필자의 고향 친구는 한 달 기본급이 40만원 남짓이었다. 잔업과 특근을 해야 70만원 조금 넘었고, 상여와 보너스를 다 합치면 12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선배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초년생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손해 본 것이다. 20년이 지나 지난해 친구가 받은 임금은 연봉 8천만원 수준까지 올랐다(대기업 고임금 문제는 다음 기회에 다룰 것이다).
회사는 이 친구처럼 젊었을 때 손해 본 임금은 모른 체하고 지금의 고임금만 문제 삼는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회사가 그때부터 직무급을 주장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회사는 '그때는 모르겠고' 식이다.
정부는 어떤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는 임금체계와 관련한 논의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 가운데 법이 개정돼 노동자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고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동자가 승소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부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직무급제 임금체계를 들고나왔다. 친절하게도 도입 매뉴얼까지 배포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배경이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만하지 않은가.
노동자들이 손해 볼 때는 모른 척하고 있다가 기업이 손해 볼 것 같으니까 그제야 심판관 노릇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공정해야 할 심판관이 편파 판정을 할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누가 그 게임에 참여하겠는가. 필자는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지면을 통해 필자가 고민하는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풀어내고자 한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