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공공부문발전위원회가 논의 시한을 4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17일 발족해 지금까지 10차례 전체회의를 진행했지만 30여개 의제 중에 합의된 사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키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노동계 요구에 대부분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데다 노동시장구조개혁특별위원회 논의와 연동된 의제들이 대부분이라 합의시한을 연장한다고 해도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논의 시한 연장=16일 노·사·정에 따르면 공공부문발전위는 이날 오후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논의 시한을 4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노사정은 지난해 9월17일 공공부문발전위 발족 당시 운영 기간을 6개월로 두되, 필요에 따라 1회에 한해 연장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이날 노동계는 "핵심 의제인 경영평가제도 개선과 정원확대, 인력충원, 비정규직 제도개선, 정년연장, 기능조정 등 노동계 요구에 대한 정부측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들어야겠다"며 6개월 추가 연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4월 말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기재부의 의견에 따라 한 달여의 추가 논의시한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합의시한은 연장됐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지난 6개월간 논의 과정에 비춰 볼 때 연장된 기간 안에 이렇다 할 합의안이 나올 여지가 크지 않다.

앞서 공공부문발전위는 간사단회의와 전체회의 등을 통해 △2015년 예산편성지침 △공공기관 관리제도 개선방안 △인력운용 및 임금체계 합리화 방안 등 4개 대주제를 정하고 이를 다시 30여개 소주제로 나눴다. 인력운용 및 임금체계 합리화 방안을 제외한 나머지 논의 의제의 90% 이상이 노동계가 제안했다.

이에 따라 12월까지 예산편성지침을 논의하고, 1월에는 공공기관 관리제도 개선방안, 2월에는 인력운용 및 임금체계 합리화 방안, 3월에는 공공부문 발전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그러나 논의 성적은 저조했다. 공공기관별 임금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율 기준을 조정하는 것 정도가 지금까지 합의된 내용의 전부다.

◇어정쩡한 기재부=노동계는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한 원인으로 기재부를 지목한다. 기재부가 거의 대부분의 의제에 대해 "수용불가" 원칙만 내세우며 경직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2~13일 열린 공공부문발전위 간사단회의에서 정리된 논의 경과를 보면 기재부는 노동계가 요구한 대부분의 의제를 거부했다. '수용불가' 목록에는 경영평가 지표에서 경영효율화 부분의 비계량 지표 같은 관리성 정부지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성과급 이외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개발하자는 요구가 들어갔다. 공기업 수장을 임명할 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자거나 공기업·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 혹은 임원추천위원회에 노동계(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포함시키자는 안도 반대했다.

다만 △경영평가위원의 전문성 강화 △피평가자의 의견반영 등 경영평가 방법 개선 △경영평가 절차개선 △평가주기 조정 등에 대해서는 "검토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기재부가 수용 입장을 밝힌 주제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선도한다' 같은 원론적인 부분 뿐이다. 기재부가 거의 유일하게 관심을 갖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성과연봉제 대상 확대는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다.

기재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우리는 억지로 끌려 나왔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공부문발전위는 지난해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복귀의 전제로 강하게 요구해 마련된 자리다. 1차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놓고 노동계와의 힘겨루기에서 완승했던 기재부는 "노사정 대화에 나갈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연맹 관계자는 "기재부가 어쩔 수 없이 논의 테이블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것 같지는 않다"며 "되레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면서 사회적 대화를 했다는 정당성을 얻기 위해 공공부문발전위를 들러리 세우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공부문발전위 노동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은 "지금부터 얼마나 성실하게 논의하느냐가 중요하지만, 별로 희망적이진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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