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3월 말을 시한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 협상에 나선 가운데 3대 노동현안인 통상임금·근로시간·정년연장부터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 1그룹(3대 현안)과 2그룹(노동시장 이중구조·사회안전망)으로 나눠 논의를 진행 중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가 1그룹 논의부터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 일괄 합의를 강하게 압박했던 고용노동부도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특위는 3대 현안과 나머지 의제 중 3대 현안에 연동되는 분야에 먼저 합의한 뒤 노사정 협상을 계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발 물러선 노동부

15일 노사정위에 따르면 노동시장특위는 17일과 19일 잇따라 전체회의를 열어 쟁점을 정리하고 이견을 조율한다. 노사정 대표자들이 매주 금요일 만나기로 하면서 막판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자 특위 위원들도 접촉 빈도를 높이고 있다.

이달 31일로 정한 합의시한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사정이 주고받을 만큼의 의견접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괄 타결이 힘들면 일부라도 합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노사정이 이달 말까지 합의하기로 한 의제는 △3대 현안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이다. 이 중 3대 현안에 관해서는 노사정이 오랜 기간 논의해 왔다. 관련법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하거나 판례가 충분히 쌓인 것들이다. 나머지 의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합의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문제 같은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은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3대 현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노동부도 3대 현안 우선 처리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약속한 시한에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보여 줘야 하는 탓에 손에 잡히는 것부터 처리하자는 기류가 형성된 셈이다.

이기권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걸 먼저, 또는 나중에 논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장관으로서 그 세 가지(3대 현안)는 이번에 (합의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노동부 관계자는 "3대 현안을 중심으로 먼저 합의하고, 나머지 의제는 논의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연결고리는?

문제는 명분이다. 노사정은 지난해 12월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원칙과 방향’에 합의하면서 3개 의제에 관한 합의를 올해 3월 말까지 이끌어 내기로 했다. 노동계·경영계·정부 어느 쪽도 비정규직이나 사회안전망 확충 문제를 제외한 채 3대 현안만 합의하자고 선뜻 주장할 수 없는 이유다.

3대 현안도 다른 그룹에서 논의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이 있어 칼로 무 자르듯이 나누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공익위원들은 3대 현안과 노동시장 구조개선 간 공통분모를 강조하고 있다. 노동부는 그간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실시와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비정규직 문제나 청년고용 문제 해결과 연관시켰다.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들이 임금 등 기득권을 양보해야 비정규직과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도 숨통이 트인다는 논리다.

특위 공익전문가들도 “연공급을 해소하고 직무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기간제를 정규직화하는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고, 불합리한 차별해소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검토의견을 냈다.

노동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생뚱맞다"는 반응이지만, 정부와 공익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현장 노사가 스스로 임금체계 개편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다면 (노동계가) 임금체계 합리화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사회안전망 확충 세부과제인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하고 나섰는데, 노사정 합의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노총 "기준은 노사정소위 안"

통상임금과 근로시간·정년연장 문제가 다른 의제에 비해 합의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예컨대 통상임금 범위를 정하는 방식을 노사자율에 맡길 것인지, 연장근로를 주 12시간 이상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노사정 간 이견이 크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3대 현안을 먼저 합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국회 노사정소위 안보다 못한 안이 나오는데 어떻게 합의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사정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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