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27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 1그룹이 내놓은 통상임금·노동시간단축 공익안과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원회가 제시한 공익안을 비교분석한 결과 노동계에 불리한 항목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노총이 “최소한 국회 노사정소위 안 이상은 돼야 한다”고 반발한 이유다. 지난해 노사정은 국회 중재에도 통상임금·노동시간단축 방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전문가 1그룹 공익안이 노동계에 불리한 만큼 이달 말 논의시한까지 노사정 협상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4일 노사정위와 국회에 따르면 노동시장특위 전문가 1그룹 공익안(특위 전문가안)과 노사정소위 지원단 공익안(소위 전문가안)은 큰 틀에서 같았지만 세부항목이 모두 달랐다.<표 1·2 참조>

◇주당 52시간+α, 합법과 불법 사이=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법정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하자는 데에는 특위와 소위 전문가들과 노사정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반면 노사정 쟁점으로 떠오른 추가 특별연장근로 도입 여부와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문제는 특위와 소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특위 전문가들은 이른바 ‘52시간+α’로 불리는 추가 특별연장근로를 노사 서면합의로 허용하자는 안을 냈다. 수년에 걸쳐 주당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 나가되, 경과조치로 추가 특별연장근로를 합법(입법)화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소위 전문가들은 52시간 제한을 분명히 적시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위반인 추가 특별연장근로에 대해 한시적으로 처벌을 면제하는 ‘면벌조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추가 특별연장근로가 국제기준 위반이라는 것을 노사정에 환기시켜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특별연장근로에 대해 특위 전문가들은 '합법'에, 소위 전문가들은 '불법'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연장근로가 휴일근로와 겹쳤을 때 가산수당(통상임금의 50%)을 중복해 지급하는 중복할증에 대한 입장도 달랐다. 특위 전문가들은 노동시간에 비례해 점증적으로 수당을 가산하거나 가산수당을 아예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소위 전문가들은 근기법에 중복할증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26개인 근로시간특례업종을 10개로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특위와 소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소위 전문가들은 "특례업종이라도 주 60시간 초과노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고, 특위 전문가들은 주당 상한선 설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데 그쳤다.

소위 전문가들은 또 취업규칙을 통해 2주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근기법 관련 조항을 삭제해 사용자 재량권을 제약하는 안을 냈다. 최소연속휴식시간을 11시간 이상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반해 특위 전문가들은 9~10시간 보장을 제안했다.

◇노사합의로 제외금품 명시, 통상임금 쟁점으로=특위 전문가와 소위 전문가들은 모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준으로 통상임금 정의를 법률에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제외금품은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넣자는 의견도 같았다.

그러나 소위 전문가들은 정기상여금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자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통상임금 고정성 요건으로 제시한 재직자 기준을 배제하자는 뜻이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노사정소위가 진행될 때 김성태·이종훈 새누리당 의원과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재직자 기준 적용 배제를 위한 법조문까지 성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특위 전문가들은 재직자 기준을 적용해 통상임금 정의에 고정성을 명시하자고 밝혔다.

특위 전문가안이 공개된 후 쟁점으로 떠오른 이른바 ‘통상임금 개방조항’에 대한 방안도 달랐다. 특위 전문가들은 노사합의로 통상임금 제외금품을 정하는 것을 허용하자고 주장했지만 소위 전문가들은 논란을 거듭한 끝에 의견을 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특위 전문가 안이 소위 안보다 노동계를 배려했다고 판단할 만한 대목을 찾기 힘들다. 한 노동전문가는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주고받으면서 대안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며 "특위 전문가안이 노사정소위 전문가안보다 후퇴한 것을 보고 솔직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노사정소위 최종안, 정부·여당 반대로 합의 실패

김성태·홍영표 의원실 “의견일치 내용은 법조문까지 성안했다”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원회에 참여했던 여야 의원들과 지원단에 따르면 통상임금·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한 소위 혹은 지원단(전문가)에서 명시적인 합의안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2개월에 걸친 협상기간에 다양한 의견이 오간 데다, 합의안이 만들어졌다가 번복되는 과정이 수차례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견 접근 혹은 이견이 없었던 사항, 이른바 암묵적 합의사항은 존재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를 종합해 지난해 국회 노사정소위 의견접근안을 재구성했다.

국회 환경노동위가 ‘노사정 사회적 대화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지난해 2월14일이다. 환노위 위원들의 중재로 한국노총·한국경총·고용노동부 등 노사정단체가 4월23일까지 논의를 진행했지만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당시 노사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정소위 지원단은 공청회를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중재안(공익안)을 내놓았다. 지원단장인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4월10일 국회 공청회에서 밝힌 지원단 의견안이 공식적인 최종안으로 알려져 있다.

지원단에 참여했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법률조문으로 성안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야당·지원단 안이라는 명목으로 공개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이 제시한 안은 이철수 교수 안보다 간단하고 명료한 입장을 담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10일 공청회 이후 여야 의원들과 지원단이 합의점 모색을 위한 논의를 계속했다”며 “정부·여당의 반대로 합의안을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협상에 참여했던 여야 의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거나 이견이 없었던 사항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논의에는 김성태·이종훈 새누리당 의원과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참여했다. 김성태·홍영표 의원실은 “합의라고 할 수 없지만 의견이 일치한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법조문을 성안하는 작업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들 세 의원은 노사정소위 활동 종료 하루 전인 지난해 4월22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만 위원장을 만났다. 의견이 모아진 안을 바탕으로 최종 타결을 시도한 것이다.

노사정소위 논의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최근 한국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협상의 최저 기준(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 1그룹 공익위원들도 노사정소위 논의 결과를 상당 부문 참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위 전문가안이 최소한 노사정소위 전문가안 수준으로 상향되지 않는 한 한국노총의 동의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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