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2일 오전 회동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세간의 기대 혹은 우려와는 달리 특별한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일부 사항에서는 입장차를 보였다.
◇“지금은 예열 단계, 만남 자체에 의미”=양대 노총 관계자들은 “두 노총 위원장이 직접 두 번(1월과 3월)이나 만나지 않았냐”며 만남 자체에 의미를 뒀다. 내세울 만한 합의는 없었지만 공동투쟁을 모색하는 예열 단계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노사정 협상 내용은 실무단위를 통해 세세하게 전해 듣고 있다”며 양대 노총이 협상내용을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 위원장은 “함께 밀착해서 논의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에 김동만 위원장은 “지난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 신승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포함해 양대 노총 위원장이 함께했다”며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결과에 따라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목표 또한 양대 노총이 다르지 않으니 함께 열심히 투쟁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 위원장 역시 “힘을 모아 보자”고 화답했다.
양대 노총의 입장차를 확인할 수 있는 대화도 이어졌다. 한 위원장이 한국노총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주문하자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노사정 협상(노사정위) 참여"를 요구했다.
각 노총이 처한 상황을 드러낸 발언이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협상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4월24일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한국노총은 이달 말까지 노사정 협상에 최선을 다한 뒤 구조개악이 추진될 경우 5월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노사정 협상 결과를 쉽사리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두 노총이 구체적인 공동투쟁 계획을 논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가오는 3월 말, 남은 것은 선택=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시한인 3월 말이면 노사정 모두 선택의 기로에 선다. 양대 노총 역시 노사정 협상이 끝나야 공동투쟁 여부와 구체적인 방향·방법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이 합의 없이 노사정위를 나온다면 양대 노총 공동투쟁은 어느 때보다 파급력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4월, 한국노총은 5월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양대 노총 제조부문·공공부문 산별연맹·노조들은 벌써부터 공동대책위원회 꾸렸다. 구체적인 연대투쟁 계획을 수립했거나 논의 중에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두고는 양대 노총과 공무원 노동계가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에 이른다면 양대 노총 관계는 급랭할 것으로 보인다. 합의 내용과 형식에 따라 갈등 수위는 다르겠지만 연대투쟁의 불씨는 사그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한상균 위원장에게 일종의 노사정 합의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이 총장은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노동계 간사를 맡고 있다.
그는 “임금·노동시간 등 3대 현안에 관한 공익전문가 안에 대해 한국노총이 반발한 이유는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 공익안보다 후퇴했기 때문”이라며 “최소한 노사정소위 공익안 이상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어 “앞으로 공익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방안에는 비정규직·특수고용직·저임금 노동자 같은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노동조건을 상향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며 “이런 방안조차 담기지 않으면 (합의가) 어렵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