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그늘진 곳에 농성장을 꾸렸다. 강바람 드센 자리였다. 비닐 덮개 간신히 바람을 막는 정도였으니 노숙농성은 시작부터 고됐다. 100일이 훌쩍 넘어 충분히 길었다. 언젠가 진짜 사장 집 앞을 찾아가 삭발했고, 남산 어드메 높은 빌딩 앞을 찾아가 큰소리 지르기를 끼니 챙기듯 부지런히 이어 갔다. 낯선 구호와 노랫말이 어느덧 입에 착착 붙어 단결투쟁, 결사투쟁을 잠꼬대 삼았다. 교섭이 다만 지지부진했다. 권한 없고, 책임 없는 자들이 거기 많았다. 진짜가 나서라며 길에 바짝 엎드렸다. 갈 곳이 멀지 않아 코앞인데, 자꾸만 땅바닥이 코 앞이니 행진이 느렸다. 쉬는 시간 담배 한 대 피워 물곤 생활자금 대출 요령을 서로 나눴다. 어디 올라갈 곳 없는지를 농담 삼았다. 간절한 바람을 전하고, 투지를 내보이는 일이 나날이 새롭다. 하루 또 고되기를 경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