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가 19일 기본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연이어 회의를 하고 있지만 17일 현재까지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노사정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해고 기준·절차 마련, 되레 격차 벌릴 수도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조건 조정이나 해고에 대해 기준·절차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갈등 최소화를 위해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자고 주장하는데, 속내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용이 안정되고 노동조건이 좋은 이른바 1차 노동시장에 청년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2차 노동시장과의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부 의도대로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저성과자에 대한 전환배치와 근로조건 조정, 해고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려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노사합의로 바꿔야 한다. 노조의 힘이 강한 대기업에서 노조가 단협이나 취업규칙 개정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면 노조의 힘이 약하거나 노조가 없는 중소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손쉽게 취업규칙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들의 동의가 없는데도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유연화 대상으로 삼은 대기업이 아니라 노동조건을 좋게 만들어야 할 중소기업에서 취업규칙이 개악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대기업노조 양보, 정부가 나설 일 아냐”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방향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노조의 양보를 통해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하려면 고용문제를 건드릴 게 아니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연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이 방안이 연대임금전략이다. 대기업노조가 임금인상 자제를 선언하고, 그것으로 보전된 기업의 재정을 하청업체 노동조건 향상에 쓰도록 하는 방안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해 대기업노조가 할 일이 있다면 임금인상 자제를 선언하고, 그 비용이 실제 하청업체나 취약계층을 위해 쓰이는지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할 일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나 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유연화를 시도할 필요는 있지만,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기준 마련처럼 고용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헛다리 짚은 정규직 과보호론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정규직들이 과보호 상태인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정부는 과보호론을 제기했지만 정작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1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짧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정규직 보호수준이 OECD 회원국 중에서도 평균 이하라는 주장이 나와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론에 제동을 걸었다. 재계는 퇴직금 수준 등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며 OECD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노동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애꿎은 정규직의 고용문제를 건드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를 강조하는데 우리나라 대기업 정규직들이 언제라도 한 번 제대로 보호받은 적이 있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며 “정규직 노동조건이 좋은 것은 노조나 정부가 보호해 줘서가 아니라 상품이 잘 팔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현대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좋은 것은 현대차 제품이 많이 팔렸기 때문이고, 자동차 판매량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고용불안이 찾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98년 현대차 정리해고, 2000년 대우차 정리해고,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 교수는 “정부가 노동시장 격차의 책임을 대기업 정규직노조에 전부 떠넘기면서 노정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의 철학이 기업 편향적이어서 제대로 된 논리와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대기업·정규직 겨냥한 정부 정책, 노동시장 격차 해소대책 맞나
노동문제 전문가들 “진단부터 처방까지 모두 틀렸다” 지적
- 기자명 김학태
- 입력 2014.12.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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