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탄압으로 악명이 높고, 자신들이 인수한 대학을 오로지 경쟁적 방식으로 재편해 온 한 기업이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허구적인 이미지만으로 광고를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정부도 이와 같다. 포장만 그럴듯한 온갖 정책들을 쏟아 낸다. 대표적인 것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제활성화 중점법안’이다. 심지어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해당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해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30개나 되는 경제활성화 중점법안이 정말로 민생을 살리는 법안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만 뜯어봐도 알 수 있다.
법안들은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에 집중돼 있다. 건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부동산 투기를 위해 주민 알권리를 제한하며, 재건축 초과이익에 대한 부담금를 없애고, 주택분양가 상한제를 없애는 법안이다. 한마디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법안이다.
여기에 더해 외국 영리병원 도입과 병원 자회사 설립 허용,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 개인의 건강정보 상품화, 동네병원을 무너뜨리는 원격진료 도입 등 의료 민영화 관련 법안도 있다. 해상카지노 설립 허용, 한강 개발, 학교 앞 호텔설립 허용 등 도박산업과 관광산업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법안까지 포함돼 있다.
서민의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내놓은 법안도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다. 송파 세 모녀를 살리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내놓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저소득층의 세금감면 혜택을 조금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2조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이미 그 기금은 집행되고 있는 중이다. 창업이나 벤처기업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투기자본인 사모펀드의 규제완화 내용만을 담고 있다.
개악되는 법안도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악해 수급기준과 급여를 차등지급하고 수급권자들에게 지불되는 급여를 줄이려고 한다.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정부일수록 ‘경제’에 집착한다. 그런데 경제가 계속 침체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단기적으로라도 경제지표를 올리기 위해 부동산 투기나 각종 규제완화 조치 등 재벌 위주 정책에 매달린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던 7월24일 발표한 경제운용방안의 후속대책인 세제개편안은 결국 기업에게만 이익이 되는 방안이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내세운 법안은 파견 확대와 단시간 노동 확대 등 비정규직 확대방안으로 귀결된 바 있다.
경제활성화 중점법안과 더불어 각종 규제완화 조치들이 발표됐다.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최소한의 절차와 논의도 없었다. 정책이 현실화할 것인가와 무관하게 사회 전반을 ‘규제완화와 경제 살리기’라는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된 여론장악 과정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우리는 정부의 존재이유를 묻고,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인 ‘경쟁과 돈’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그런 성찰의 기회마저 빼앗고자 한다. 세월호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장악한 언론에 ‘민생’이라는 허구적 이미지를 도배질하고, ‘일베’나 어버이연합 혹은 카톡을 동원해 ‘경제 살리기’를 떠든다. 이런 방식으로는 당장의 경제지표를 호전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는 이것을 잘 알고 있기에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감을 부추기면서 경제를 살리는 데 방해가 되는 ‘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은 그 대상이 세월호 유가족이고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야당이지만, 조금 지나면 노동자들에게로 칼날을 돌릴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가짜 민생법안이라는 것을 폭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돈만 아는 자본주의적 이기심의 노예가 될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는 경제가 살아나지도 않겠지만, 설사 살아나더라도 사람을 죽이고 빈곤한 자를 더 수렁에 내몰며, 공동체를 파괴하는 정책의 기반 위에서 살아나는 경제가 어떤 의미인지를 질문해야 한다. 그 속에서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
‘경제’라는 프레임에 매달려 있는 한, 세월호 참사를 잊게 만들어 다시 예전의 악다구니와 같은 삶으로 돌아가게 만드려는 박근혜 정부와 이 체제를 바꾸기는 어렵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