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 쌓인 광장에 깃발이 많았고 목소리 높았다. 불통에 분통 터진 사람들 빼곡해 수만에 이르렀다니 종종 전화가 안 터졌다. 불통은 불통을 낳았다. 그곳 어디로든 뻗어 사통팔달의 요지였으나 성벽 같은 차 벽에 막혀 깃발은 자주 헤맸다. 불통은 또한 불통을 예고했다. 신통방통 샛길 열어 가며 깃발 나선 곳이 광화문사거리, 언젠가 컨테이너 산성 높았던 그 자리 이르렀지만 거기까지였다. 깃발 없는 사람들이 갈 곳 잃어 헤맸다. 파업가 쩌렁쩌렁 기세 높았지만, 립싱크도 낯선 사람들 그저 언 손 호호 불어 가며 그 난리통을 견뎠다. 불통은 애통하게도 멀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들 한목소리로 다음을 기약했으니 불통은 끝내 소통을 이끌었다. 온통 불통인 통에 그 거리의 사람들 옷깃만 스쳐도 통하는 시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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