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지난해 서울시는 두 차례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통해 광역단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바람직한 모범을 보여 준 바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2년 이상 무기계약직 전환요건을 9개월로 앞당겨 상시·지속 업무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을 뿐 아니라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청소노동자의 고용보장과 처우개선을 병행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른바 중규직으로 비판받아 온 무기계약직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난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부문에서 기대한 수준으로 개선시켜 나갈 수 있음을 입증한 서울시의 3차 비정규직 대책이 주목받는 이유다. 그 대책 마련의 시발점에 서울시 120다산콜센터가 있다.

이미 한 차례 칼럼을 통해 지적한 바 있듯이 현재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는 바로 민간위탁 관련 대책이다. 서울시만 해도 기존 두 차례 개선대책을 통해 정규직화한 인원보다 훨씬 큰 규모의 비정규 노동자가 민간위탁으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까지 공공부문의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맹점은 무기계약직 전환에 그친다는 것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핵심 영역인 민간위탁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앙정부를 넘어 공익적인 모범사용자로서 비정규직 대책의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하며 한국 사회의 좋은 일자리 담론을 정책 수준에서 성과 있게 실행해 온 서울시가 중요한 고비를 다시 한 번 맞게 된 셈이다.

서울시는 현재 민간위탁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으로서 경제규모로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이 나쁜 일자리인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심화로 인해 사회 전체가 고통 받고 있는 마당에 중앙정부와 광역단체는 재벌 대기업집단의 전횡과 불법이 횡행하고, 특히 정부의 제어가 어려운 민간부문을 이끌어야 할 공적 책임이 막중하다. 더구나 현 정부가 상식마저 저버린 반노동 정책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서울시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된다. 서울시가 지난해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대책의 연장선상에서 민간위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공공부문 전반에 확산돼 온 민간위탁 문제 개선과 관련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종류의 민간위탁 중 대표적인 상시·지속 업무이면서 노조가 결성돼 현장실태도 널리 알려진 서울시 다산콜센터와 관련한 해법을 어떻게 찾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은 서울시장과 25개 구청장을 대리해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면서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차별에 시달려 왔을 뿐 아니라 대부분 여성으로서 감정노동의 고통을 감수하는 삼중고를 겪어 왔다. 서울시에서 노동인권과 여성인권이 침해받아 온 대표 직종인 것이다. 따라서 인권을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해 온 박원순 서울시장은 꽉 막힌 민간위탁 문제 개선의 물꼬를 틀 전향적인 계기를 다산콜센터 해법에서 찾아야 한다. 아직은 우려도 있지만 재벌 대기업을 필두로 준법조차 하지 않는 악질 사용자가 판치는 한국 사회에서 서울시가 다시 한 번 노동이 있는 행정의 진면목을 보여 주면서 모범사용자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때마침 이달 15일 발족 1주년을 맞은 서울시 인권위원회가 다산콜센터 감정노동 및 고용실태를 주제로 합리적 해법을 찾는 토론회를 갖는다. 다산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의 권익신장이 단지 노사관계 프레임 속에서만 다뤄지지 않고 각 당사자 간 이견과 쟁점을 폭넓게 합리적으로 토론하면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는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고 한다.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 해결 수준을 한 단계 진전시킬 민간위탁 해법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들의 참여를 바란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namsin19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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