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비정규직
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많은 갈등 끝에 18일 민주노총 제7기 임원선거가 진행된다.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무너진 원인에 대한 진단은 서로 다르지만,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비정규·미조직 노동자 조직사업이 총연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민주노총의 향후 비정규직 사업에 관한 고민을 지면으로나마 개진하고자 한다.
우선 비정규·미조직 조직화 사업에 민주노총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파를 불문하고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조직화는 단순히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노조로 단결하려는 것을 집요하게 방해하는 사용자와 법·제도에 맞서는 문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조직화나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나타났듯이, 이들의 노동을 통해 이윤을 얻는 ‘진짜 사장’들은 자신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법과 제도’를 앞세워 노동자들의 단결과 노조 가입을 막고자 한다. 총연맹은 이러한 자본의 논리에 반대하는 흐름을 만들어 내고 비정규직 조직화에 유리한 정치·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투쟁에 산하조직을 결집시켜야 한다. 이런 사업은 단순히 국회가 열리는 시기에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청원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이고 전면적으로 다가서는 활동이 돼야 한다.
이어 민주노총의 비정규·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에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역시 이견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진행한 1기 전략조직화 사업은 전략을 수립하고자 하는 모색이었고, 2기 사업은 조직사업을 진행하는 산하조직에 대한 지원사업이었다. 올해 하반기에 예정된 3기 사업은 실제 총연맹이 전략조직사업을 지휘하는 것이 돼야 한다. 예컨대 현재 몇몇 지역조직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단노동자 조직사업은 총연맹 차원에서 힘을 모으고 엄호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비정규·미조직 노동자 조직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내부격차와 차별을 축소하는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된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사이의 격차는 노동자들이 단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방해물이다. 자본은 이를 이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격차를 유지하려 한다.
십여 년째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투쟁은 이러한 격차를 좁히는 활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미 금속노조나 공공운수노조는 비정규직에 대한 단체협약 동일적용이나 정규직·비정규직 정액 임금인상을 요구한 경험이 있다. 민주노총도 올해 노동자 내부격차 축소를 목표로 한 임금인상 요구를 내걸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러한 활동은 캠페인이나 청원 수준을 넘어 현장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업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말한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회복돼야 하고 내부로부터 동력과 추진세력이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비정규직·투쟁사업장 노조들의 목소리가 결집되고 총연맹 구조 내에서 발언력을 얻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민주노총은 한시적으로 비정규직대표자회의를 운영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발전시켜 총연맹 내부에서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결집되고 대변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우리의 특수고용직과 비슷한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있는 이탈리아노총은 총연맹 내부에 이들의 조직화를 위한 특별기구를 두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발언과 참여가 아래로부터 조직될 수 있도록 운영된다고 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비정규·미조직 사업에 전념하고자 한다면 조직 내 갈등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 내부격차가 만연한 사회에서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대변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조합원들의 반발이나 오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피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격차에 안주하고자 하는 우리 내부의 경향과 집요하게 싸우고 격차를 축소하고 연대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일관되게 전개하는 것만이 해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무마하거나 결국 조직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절충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공개적이고 집단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민주노총이 고민하는 조직문화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조직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참고로 삼았던 미국 서비스노조(SEIU)가 미조직 조직화 사업에 조직의 인력과 예산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직 내부의 엄청난 반발을 헤쳐 나가면서 일관되게 사업을 진행한 강력한 리더십과 새롭고 헌신적인 활동가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민주노총 7기 집행부에 이러한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