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과 복지를 연계할 대안으로 근로장려세제(EITC) 제도가 떠오르고 있다. 근로빈곤(working poor), 즉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사회 양극화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 노동자의 임금을 조세로 일정 수준 보전하는 제도인 EITC는 현재 시행 중이다. 그러나 근로유인을 통한 빈곤탈출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고용유인형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EITC 제도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빈곤이 사회 양극화의 핵심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발제에서 "사회 양극화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지만 핵심은 근로빈곤의 확대"라고 진단했다. 97~2008년에 걸쳐 도시근로자가구의 빈곤율 증가를 분석한 결과 노인빈곤층보다 근로빈곤층의 증가가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방 연구위원은 근로빈곤 해결의 핵심 정책으로 최저임금과 EITC를 꼽았다. 그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근로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라며 "최저임금 제도와 EITC가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도록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대상(기초생활비수급자)을 확대하는 한편 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차상위계층을 EITC로 흡수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기초보장연구실장은 "정부의 소득구간별 복지사업 예산 배분액을 살펴보면 특정 소득구간에서 지원금액이 툭툭 떨어지는 계단형으로 구성돼 있다"며 "소득증가가 지원금액을 축소하는 형태의 복지예산 지출은 탈수급 혹은 근로의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강 실장은 "특정계층에 복지재원이 집중되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또 다른 계층(사각지대)이 형성되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며 "일정 소득구간까지는 지원금을 계단형이 아닌 완만한 나선형으로 줄여 나가면서 근로유인을 동시에 제공하는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중심 보험제도, 공공부조로 극복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생활유지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국가나 사회가 생활을 영위하도록 지원하는 공공부조 혹은 사회부조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지니계수·절대빈곤율·소득격차비율과 같은 소득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모든 지표가 악화해 왔고 복지의 사각지대가 넓기 때문이다.
방하남 선임연구위원은 "정규직 중심의 제도적용과 저소득자에게 불리한 보험료 부과체계는 오히려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시장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근로자-자영업자 간의 격차 혹은 양극화가 사회보장의 가입과 혜택에서도 그대로 반복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현재처럼 지속될 경우 근로생애 동안 비공식부문 취약·저소득 근로자들이 실직-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고, 은퇴 후에는 연금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해 노후빈곤에 빠질 위험이 높다"며 "공공부조나 사회부조를 통해 이러한 격차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방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고용보험제도 내에서 실업부조를 도입하고 보험 밖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사회부조를 통한 보충적인 안전망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현재의 고용·사회안전망 제도는 취업자나 극빈층을 위주로 설계돼 있어 장기실업·청년실업·영세자영업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보호가 미비하다"며 “실업부조를 도입해 실업자를 보호하고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지원액을 확대해 두 제도가 공적연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