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삼성반도체 제작공정 중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벤젠은 백혈병 등 조혈기계암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금까지의 조사는 사용된 화학물질에 대한 연구로, 반도체 가공공정시 파생되는 부산물을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반올림을 비롯한 전문가집단에서는 백혈병이 발생해 논란이 됐던 반도체 포토공정에서 부산물로 벤젠이 검출될 수 있다며 다양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등에서도 포토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열분해되면서 벤젠 등의 발암물질로 변한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측은 "벤젠은 절대 존재할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벤젠의 존재 가능성 자체를 부인해 왔다. 삼성이 역학조사를 의뢰한 제3의 연구기관인 인바이런사도 "공정에 사용되지도 않았고, 공정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없다"며 직업성 암과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벤젠 발생 가능하지만 노동자 건강에 이상 없어"=18일 연구원이 최근 국제 영문학술지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을 비롯한 대표적인 반도체 제조공장 3곳에서 포토공정시 벤젠을 비롯한 발암물질이 부산물로 발생하는 것으로 밝혔졌다. 그러나 허용한계치 이하의 농도로 나타나 노동자 건강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농도가 낮은 것과 관련해 "모든 공정에는 전체 환기설비가 있었다"며 "클린룸의 환기설비 등으로 인해 화학물질에 오염된 공기가 재순환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원 관계자는 "그간 논란이 됐던 포토공정의 발암물질 발생 가능성에 대해 실험을 해 본 결과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해 이를 알리기 위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며 "벤젠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으나 허용한계치 이하로 발견돼 노동자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발암물질 발생 가능성을 부인한 삼성의 입장과 관련해 "허용한계치 이하인 점을 감안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벤젠 존재가 문제 … 삼성이 관리하지 않은 것"=반면 전문가들은 해석을 달리했다.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아도 포토공정 등의 부산물로 벤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직업성 암과의 개연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발암물질 존재 자체를 부인한 삼성이 그간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완벽한 설비가 갖춰진 현재의 노출 상태로 과거 노출을 판단해 안전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험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96년부터 물질안전보건자료 비치제도가 시행돼 화학물질 관리에 들어가기 전에는 물론 최근까지도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이 과거에 어느 정도로 노출됐는지 현재의 노출특성으로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높다.

공유정옥 반올림 산업보건전문의는 "그간 벤젠의 존재자체를 일체 부인한 삼성은 직업성암 발병의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 위험성이 미미할지라도 정보를 공개하고, 정부는 정확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9년 실시된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조사에서도 삼성 반도체 기흥사업장 5라인 감광공정에서 벤젠이 소량 검출된 바 있다. 이에 안전보건공단은 해명자료를 내고 “(공단의) 역학조사는 공기 중 벤젠 농도를 측정한 것이고 서울대의 위험성평가 결과는 원시료에서 벤젠을 미량 검출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비교할 수 없다"며 "문제가 된 포토공정에서는 공기 중 벤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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