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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 | ||
영국의 신문 <가디언>은 올 겨울 가장 화제가 되는 전시회가 지난달 29일 파리의 케 브랑리 박물관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전시회 이름은 <인간 동물원 : 야만인의 발명>이다. 전시회 기획자는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선수 릴리앙 튀랑이다. 튀랑은 4년 전 독일 월드컵에도 프랑스 대표로 뛴 무결점 수비수였다.
아프리카계 흑인인 튀랑은 6년 전 무슬림 소년의 죽음을 발단으로 벌어진 프랑스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진압한 당시 내무장관 사르코지를 비판했다. 3년 전 은퇴한 튀랑은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로 변신했다. 내년 6월3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획전시는 20세기 중반까지 대중적 오락거리로 성행했던 ‘인간 전시’의 역사를 추적한다.(한겨레신문 12월1일 15면) 전시회는 식민지 원주민들을 데려다가 쇼 무대에 올리고 동물원 우리에 가둬 놓고 구경거리로 삼았던 더러운 역사를 600여점의 사진과 조각품·문서기록으로 폭로한다.
슬로바키아 유명모델 아드리아나 스크레나리코바와 결혼한 프랑스 축구 대표선수 크리스티앙 카랑뵈는 증조부가 31년 외교사절인 줄 알고 남태평양의 섬 뉴칼레도니아에서 프랑스로 건너왔지만 동물우리에 갇혀 전시됐다. 독일로 끌려가 ‘식인종’이란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인간 전시는 1958년 벨기에에서 열린 콩고 주민 전시회가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인간 전시가 끝난 지 2년 뒤 콩고는 독립했다.
콩고는 국토 면적은 작지만 호전적인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다. 중앙 정부는 오래 전 지방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고 인적이 드문 열대우림은 무법천지다. 19세기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의 통치를 받았다. 콩고를 방문한 적이 없던 레오폴드 국왕은 자신의 성이 있던 뢰켄 지역에서 개인 영지로 콩고를 다스렸다. 그가 파견한 관리들은 콩고 토착주민을 노예화해 고무 채취와 상아 수집을 시켰고 게으름을 피우면 손을 잘랐다. 레오폴드의 가혹한 통치에 부담을 느낀 벨기에 정부는 1908년 국왕에게 콩고에서 손을 떼도록 했고 이후 1960년 독립 때까지 가혹한 통치를 자제했다.(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2009)
벨기에의 레오폴드 2세 왕은 콩고에서 끔직한 약탈과 만행을 저질렀다. 원주민을 1천만명이나 학살했으면서도 그는 교묘한 방법으로 위대한 인도주의자라는 명성을 얻었다.(레오폴드왕의 유령, 2003)
아름다운 할리우드 만화영화 ‘포카혼타스’에도 추악한 인간 전시가 숨어 있다. 포카혼타스는 1596년 버지니아 해안에 살던 인디언 부족장 포우하탄 왕의 딸로 태어나 1617년 불과 21살에 죽었다.
영화의 무대는 1607년. 그해 5월14일 런던회사 소속 크리스토퍼 뉴포트는 105명의 식민지 개척자를 싣고 지금의 버지니아 해안에 내려 ‘제임스타운’이라고 이름 짓는다. 뉴포트는 존 스미스 대위에게 새 식민지를 개척하도록 맡기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해 겨울 스미스 대위는 굶주려서 원주민들의 옥수수 창고를 털었다. 약탈이 자행되자 이곳을 다스리던 포우하탄 왕은 스미스를 잡아 처형하려 했다.
인정 많은 12살 공주 포카혼타스는 처형을 말렸다. 노련한 스미스는 어린 공주를 이용했다. 공주는 왕의 공격 정보까지 스미스에게 전해 주며 피신시켰다. 1609년 스미스는 영국으로 돌아갔다. 1613년 식민지 개척자들이 18살의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한 공주를 유인해 납치했다. 포우하탄 왕에게 영국인 포로와 공주의 교환을 제의했다. 침략자들은 포로 구출 뒤 공주를 감금해 기독교인으로 개종시켰다. 침략자들은 공주에게 스미스가 죽었다고 거짓말하고 1년 뒤 영국인 존 롤프와 결혼시킨다.
공주를 인질로 안전을 확보한 침략자들은 1616년 롤프와 공주, 한 살 된 어린 아들 토마스를 영국으로 데려갔다. 공주를 전시용으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투자가와 이주자들을 모집했다. 귀국하려던 공주는 병으로 쓰러졌다. 공주는 1617년 3월 귀국선에서 객사했다. 21살의 꽃다운 나이로. 아버지 포우하탄 왕도 다음해 죽었다. 왕의 동생 오패찬카노프가 왕위에 올라 복수를 준비했지만 침략자들은 10년 전 굶주려 옥수수 창고를 털던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무기와 군대를 거느린 수천 명으로 늘었다. 마지막 전투에서 생포된 왕은 총살당했다.(기독교 죄악사 - 하권, 조찬선, 2000) 역사를 뒤집는 할리우드 상술에 그저 놀랄 뿐이다.
어젯밤 10시 KBS가 <조선사람은 왜 일본 박람회에 전시됐나>를 방송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도 1903년과 1907년 조선인을 박람회에 전시했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leejh6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