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한참 욕을 한 후에) ‘열받지? 너도 욕해. 이거 병신이네. 욕을 먹고도 가만히 있네’라고 30분 동안 이야기하는 거예요. ‘먼저 끊겠습니다’라는 말조차 못합니다. 오히려 불쾌하게 해 드렸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하는 그 고충, 정말 모르실 겁니다.”(콜센터에서 일하는 20대 김아무개씨)

“손님들이 들어올 때 기분과 나갈 때 기분이 다 달라요. 그걸 맞춰야 해요. 손님이 자꾸 치근대고 이러면 짜증나지만 그걸 어떻게 못하잖아요.”(호텔에서 일하는 20대 조아무개씨)

“사람들한테 쌍욕 듣고 아들 같은 사람한테서 욕 얻어먹고 그런다는 거 알면 여기 와서 계산(일)할 사람 없거든요. 뭘 하나를 줘도, 돈도 그렇고 거지 돈 적선하듯이 탁탁 던져주는 거예요.”(대형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 50대 김아무개씨)



감정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언어폭력과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정노동은 업무를 수행하려고 특정한 감정상태를 연출하거나 감정을 관리하는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을 뜻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인권위는 29일 대형마트 판매원·계산원·호텔 종사원·요식업 접객원 등 30여명의 여성 감정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벌인 결과 이들이 폭언과 무례한 행동에 노출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호소했다. 직업적인 만족이나 보람을 느끼기 힘들고 퇴근 뒤에도 감정의 앙금이 남아 대인관계가 싫어지고, 대인관계 기피까지 생겼다며 심리적 후유증을 털어놓았다.

감정노동자들이 언어폭력·성희롱에 노출돼 있고, 업무와 관련된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인권위가 벌였던 ‘유통업 여성 비정규직의 인권 실태조사’와 ‘콜센터 여성 근로자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콜센터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6.7%가 성적 농담을 당했고, 93.2%는 업무 관련 질병을 앓고 있었다.

여성 감정노동자들은 심리적인 고갈상태에 이른 때에도 자리를 쉽게 피할 수 없었고, 잠시 쉬거나 식사를 하는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앉아 있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아예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현장간담회와 전문가회의를 거쳐‘여성 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를 마련해 이날 발표했다.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 향상을 위한 법제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권가이드에는 여성 감정노동자에게 복리후생 편의시설을 제공할 때 소속 업체를 구분하지 않고 차별 없이 적용하는 방안, 고객의 욕설과 폭언·폭행 등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지하도록 하고 심리 상담실이나 고충처리전담기구를 상시 운영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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