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발표가 다음달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당초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산하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노동부가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동시장선진화위는 28일 현재까지 가이드라인 초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이날 노사정위와 한국노총에 따르면 노동시장선진화위는 지금까지 3차례 전체회의와 5차례 공익위원 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1월 출범한 노동시장선진화위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비정규직 차별개선 △(정규직의) 연공급 임금체계 개선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노동시장선진화위 출범이 지난해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에 따른 것인 만큼 특히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제정에 노사정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노·사·정은 가이드라인 적용대상이 되는 사내하도급 정의부터 가이드라인의 성격에 이르기까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청에 사용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이미 현장에 만연해 있는 사내하도급 제도는 민법상 계약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계는 "가이드라인이 원·하청 노사의 권리와 의무규정을 구체적으로 담을 경우 사용자에 부과되는 규제가 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사가 이처럼 대립각을 세우자 정부는 공을 공익위원들에게 넘겼다. 공익위원들이 초안을 마련해 오면 이를 노사정·공익이 모두 참가하는 전체회의에서 검토하자는 것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현재 공익위원 내에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라며 “가이드라인 마련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 내부에서는 지난해 현대차 사내하도급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사회적 논란이 거센데도 고용노동부가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뒷짐만 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노동부 연구용역 결과 외국에서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사내하도급을 투입해 활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고, 정규직과 파견직 사이에 차별을 최소화하려는 흐름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노동부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달 중으로 사내하도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은 지난달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공정사회추진회의’에서 80개 과제 중 하나로 포함돼 있다.

한편 노동시장선진화위는 이달 중에는 더 이상 회의를 열 계획이 없다. 대신 다음달 4일과 8일 두 차례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4차 전체회의에서는 노동부가 사내하도급 고용실태와 외국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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