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지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잇따라 인력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의 현·차기 집행부는 “집행부 교체시기를 틈탄 은행 측의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이라고 반발했다.

20일 지부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9일 상시적 인력퇴출 프로그램인 ‘성과향상프로그램’ 대상자로 가는 전 단계인 B등급 해당자 906명을 선정해 이메일로 통보했다. B등급 대상자인 조합원들은 지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은행 영업점에서 저성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부 간부들은 19일 석용수 KB국민은행 HR그룹(인사담당) 부행장을 찾아 노사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인력 구조조정 실시에 항의했다. 석 부행장은 “그동안 임금단체협상 시기를 감안해 미뤄 왔던 것을 시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은행은 지난해 10월 직원 3천여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이어 이달 17일에도 금융노조와 지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성과향상추진본부에 소속될 직원 21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성과향상추진본부에 소속되면 6개월간 재택근무 등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올려야 영업점에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2년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휴직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면 퇴직명령을 받는다. 성과향상추진본부로 발령이 난 직원들은 최근 ‘권리회복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

한편 지부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백운선 지부 수석부위원장 당선자는 이날 집회에서 삭발했다. 그는 “아직 임기도 시작하지 않은 당선인에게 철야농성과 삭발투쟁까지 하게 만든 은행의 경영태도에 분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병권 지부 위원장 당선자도 “임단협 교섭이 사실상 결렬된 만큼 26일 대의원대회 이후 신임 집행부 주관 아래 임단협과 성과향상추진본부 철폐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측은 최근 진행된 지부 보충교섭에서 임금동결을 제시했다. 금융 노사는 지난해 12월 산별교섭에서 임금 2%를 기준으로 한 임금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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