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 지난 4일자 여러 일간지 경제면에 자동차 생산공장 컨베이어 작업장면을 찍은 커다란 사진과 함께 실린 한국 기자들의 도요타 관련 기사의 제목이다. 한국 기자들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본사에서 미야모토 신지 도요타 품질보증부장과 히로유키 요코야마 품질담당 상무를 만났다. 2일 오전엔 같은 도요타시의 모토마치 공장에 들어가 자동차 조립공정을 견학했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좀 더 진솔하게 고백한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도요타는) 올여름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기자들을 일본 본사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달 초에만 아시아지역 8개국 기자단이 도요타를 찾았다. 대량 리콜의 원인이 된 품질 문제를 ‘반성’하고 그 이후 도요타의 대응 결과를 ‘솔직’하게 설명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도요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수의 기자를 동원한 더러운 언론플레이를 사실상 자인했다.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도요타는 ‘반성’과 ‘솔직’이라고 발언했는데 이 부분은 명백히 틀렸다. ‘반성’하려면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중단해야 하고 ‘솔직’하려면 2004년 이후 제조업 파견까지 허용한 일본에서 도요타식 파견 노동자를 통한 임금착취를 중단해야 한다.
시간을 5년만 뒤로 돌려보자. 대한매일(지금의 서울신문)은 2003년 8월27일자 20면에 대형 도요타 홍보기사를 게재하면서 이런 내용까지 실었다.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한국의 자동차담당 기자들을 일본 본사로 초청했다. 렉서스 고객 초청 자선골프대회, 드라이빙 스쿨 운영 등 다양한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기자 불러 술 먹이고 골프장 데려가는 게 도요타의 홍보전략임을 그대로 드러낸 문구였다. 당시 한국의 기자들은 도요타 견학 이후 도요타의 우수성과 비교해 현대자동차를 집중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물론 ‘강성노조’라는 의제로 현대차노조를 물고 늘어지는 기사가 유행처럼 번졌다.
당시 나는 언론노조 정책국장으로, 그 신문사노조 위원장에게 찾아가 “이게 뭡니까. 기자 접대에 소홀한 현대자동차, 들으라는 소리입니까?”라고 항의했다. 도요타는 해마다 또는 한 해에도 여러 번 여러 나라 기자들을 불러다 언론플레이를 잘 벌이기로 유명하다. 도요타공장을 보고 온 당시 조선일보는 도요타보다 현대자동차 강성노조 깨기에 혈안이었다. 조선일보 2003년 8월21일자 관련 기사의 제목은 “도요타, 경제여파 감안 2년째 (임금)동결”이었고, 오기소 이치로 도요타코리아 사장의 인용문은 “파업이요? 도요타 직원들은 파업을 어떻게 하는지조차 잊어버렸습니다”였다.
대법원은 지난 7월22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낸 소송에서 도급처럼 위장했지만 사실상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면서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고용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판결 두 달 동안 정규직 전환은커녕 금속노조의 교섭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소송 주체인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받으러 공장에 들어가는 것조차 막았다.
이런 상황에서 9월16일 야당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등 3명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공장 안으로 들어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돼 일하는 현장을 둘러봤다. 여기에 한겨레 노동담당기자도, 울산주재기자도 없었다. 대신 한겨레는 이번 도요타 행렬에 동참했다. 견학을 촌지로 하지 않고 제 돈 내고 가서 취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엔 아쉬운 게 너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