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맞서 열린 서울국제민중회의에 참가한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8일 금융·재정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금융규제 강화와 투기자본 과세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서울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국내외 학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금융재정위기, 기원과 해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G20 정상회의가 본래 목적대로 금융산업과 투기자본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와 과세방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전 세계 NGO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통제방안, G20서 논의돼야

이번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환율 △글로벌 금융안전망 △국제금융기구 개혁 △개도국 지원 등이다. 이에 대해 오스카 유카테체 멕시코국립자치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시장 규제를 위한 G20의 의제, 범주와 한계’ 발제에서 “각국의 자본통제 방안에 대해 G20 합의를 기반으로 조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 G20에서는 그런 논의가 없다”며 “경제안정과 조정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새로운 기축통화와 관련한 논의도 없다”며 “기축통화 다변화도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시장의 안정대책이 없는 G20은 세계경제 게임의 승자를 가리는 싸움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카테체 교수는 2016년 세계경제의 권력구조가 재편될 거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금융안정과 관련한 아시아의 역할을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G7 국가는 미국·독일·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다. 그는 “2016년이면 G7 국가에 중국·브라질·인도 등이 포함되고 일부 국가들은 빠지는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부채에 시달리고,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전망이다.

한국이 경제위기 극복 교과서?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이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나라’라는 정부 당국의 자평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경제위기와 구조조정, 한국의 경험과 교훈’ 발제에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표적인 예로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꼽았다.

이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가장 큰 결과는 비정규직의 양산”이라며 “비정규직은 그 규모가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며,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교과서로 평가받기 어렵고 한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미국 정부의 금융개혁법안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적도 이어졌다. 사라 앤더슨 미국 글로벌경제 프로젝트 정책연구소 책임자는 “금융개혁법안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미국 금융권은 금융개혁법안을 막기 위해 수억달러를 사용하고 3천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고 전했다. 대형금융기관의 '대마불사'와 금융거래세·상품인덱스 펀드 등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꼽았다. 이어 대마불사 축소와 지역은행으로의 자본 이동, 국제적 은행규범에 대한 감시 강화 등을 요구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180개의 단체들이 금융거래세 도입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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