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 의장 등 원내 지도부가 11일 오전 한국노총을 방문했다. 정기훈 기자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노동계 기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제도 개편·노동시간단축 같은 친노동 정책 추진 과정에서 무참히 깨졌다. 기대에 못 미치거나 오히려 거꾸로 정책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노동존중 사회가 멈춰 서다 못 해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과 정책연대협약을 맺은 한국노총은 급기야 ‘정책연대협약 재검토’까지 언급하며 “협약 이행노력과 향후 계획”을 공개질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6개 정당에도 노동사회정책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과 정책협의체 운영 내실화 등 정책협약 이행 계획을 밝히며 노정 연대와 협의를 통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다시 약속했다. 정의당은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을 골자로 한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 약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1일 각각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을 찾아 한국노총 지도부와 만났다. 김동명 위원장과 이동호 사무처장 당선 후 이뤄진 첫 만남에서 정치권은 사회적 파트너로서 한국노총의 위상을 존중하며 노동이 바로 서는 사회를 위한 연대와 협조를 요청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특정한) 때에만 친구로 생각하는 것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며 선거철 표심 잡기 일환으로 노동계를 찾는 정치권에 일침을 가하면서도 산적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을 사회적 주체로 인정하고 함께 협의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기 위한 방향을 함께 잡고 협력해 왔지만 우리가 꿈꿔 온 노동존중 사회의 길은 먼 것 같다”며 “부족했던 면이 있다고 생각하며 심기일전해 다시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존중 사회로 나가려는 당의 의지,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하다”며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그 길로 가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노총이 지난 3일 보낸 ‘당면 노동현안 관련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정책연대협약 이행에 대한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전면개정을 21대 국회에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개선을 위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구성을 정부에 요청하고 한국경총이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지원한다는 방안도 담았다. 최저임금과 동일한 통상임금 산입범위 개선은 물론 정책협의체 운영 내실화 등 정책파트너로서 한국노총과의 관계 재정립 방안도 모색한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1일 오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명 위원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기훈 기자

심상정 대표 “정의당 사랑해 달라”

정의당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 실현을 위한 연대를 한국노총에 요청했다. 심상정 대표는 “한국노총은 정의당이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파트너”라며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후퇴에 맞서 노동권을 강화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계기로, (중략) 노조할 권리가 정착되고 대한민국에 노동 3권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의당은 한국노총을 엄청 사랑하는데 한국노총도 정의당을 좀 사랑해 달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김동명 위원장은 “제가 짝사랑을 해 봐서 그 심정을 잘 안다”며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정의당이 노동자 편에 서 활동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노동이 사회주체로서 모든 정치세력과 함께 사회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노동사회정책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과 당의 전태일 3법 공약을 한국노총에 전달했다. 정의당은 답변서에 노조할 권리 보장과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 철폐 △고용안정 △최저임금 1만원 등 적정임금 보장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보장 △공적연금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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