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인가연장근로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이 임박하면서 노정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이상 일할 수 있는 인가연장근로 사유가 늘어나면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는 노동계 반발이 적지 않다. 제도시행 뒤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고발이 예상된다.

근로시간 연장 ‘특별한 사정’에 경영상 사유까지

27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번주에 근기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 52시간제 현장안착을 위한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인가연장근로 사유를 확대한 근기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부는 지난달 13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기간을 거친 뒤 최근 법제처 심사를 끝냈다. 입법예고한 내용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입법예고안에서 근기법상 노동부 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구체화했다. 기존에는 “자연재해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했다. 노동부는 개정안에 “재난 등의 발생이 예상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추가했다. 또 △인명의 보호 및 안전의 확보 등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 △시설·설비의 갑작스런 장애·고장 등 돌발적인 상황의 발생으로 이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한 대처가 필요한 경우도 새로 포함했다.

경영상 사유에 해당하는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가 발생하고, 이를 단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가 초래되는 경우 △소재·부품 생산설비의 연구개발 및 그 밖에 연구개발을 하는 경우로서 노동부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도 추가했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정의당이 입법예고기간 중 제출한 의견서에서 반대한 내용이다. 연장근로를 ‘특별한 사정’에 한정한 모법 취지와 근로시간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에 맞지 않다는 이유다.

노동부는 입법예고안에서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기간은 특별한 사정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하며,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노동부는 노동자가 요청하면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지도한다. 경영상 사유로 인가연장근로를 할 때에는 신청서에 △추가 연장근로시간을 1주 8시간 내로 운영 △근로일 종료 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특별연장근로 도중이나 종료 후 특별연장근로 시간만큼 연속휴식시간 부여 중 선택해서 적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의도는 좋은데 강제성이 없다. 노동부 지도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할 수 있는 조치는 다음에 연장근로를 신청할 때 인가하지 않는 방안 외에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한국노총 정책연대협약 재검토하나

노정갈등도 예상된다. 양대 노총은 이번주에 시행규칙 개정 취소소송이나 시행규칙 개정안 집행정지 신청, 헌법소원을 제기한다.

민주노총은 30일 중앙집행위원회와 다음달 17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동시간단축 개악 저지투쟁을 논의한다. 이주호 정책실장은 “개악저지 투쟁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집행부가 28일 임기를 시작하는 한국노총의 대응도 주목된다. 노동시간단축은 한국노총과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에 맺은 정책연대협약 주요 사항이다. 김동명 집행부는 선거 과정에서 정책연대협약 재검토를 공약했다. 협약 재검토를 요구하는 한국노총 내부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올해 1월부터 주 52시간 상한제가 적용된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에 계도기간을 부여한 이재갑 장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근기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하면 추가로 고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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