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11일 ‘주 52시간제 현장안착을 위한 보완대책’에 따라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는 인가연장근로 사유가 대폭 늘어난다. 정부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9조)을 바꾸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사유가 늘어나는 만큼 인가연장근로 신청건수와 승인건수가 급증하면서 장시간 노동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가연장근로 신청 급증할 듯
노동자 건강권 보호 효과는 ‘글쎄’


노동부 대책에 따르면 인가연장근로 사유로 인명 보호 및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가 추가된다. 응급환자 구조나 치료, 교통사고 후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도로수습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부는 또 시설·설비의 갑작스런 장애·고장 등 돌발적인 상황 발생으로 긴급한 대처가 필요한 경우도 인가연장근로 사유에 포함했다. 사용자단체가 요구했던 사안으로, 노동부가 인가할 경우 그 기준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갑작스런 기계 고장을 수습하기 위한 업무나 대학에서 합격자 발표를 할 때 오류를 수습하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버스운행 중 갑작스런 교통정체도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가 대폭 증가하고 단기간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손해가 초래되는 경우도 연장근로를 인가받을 수 있다. 이것 역시 재계가 강하게 요구한 내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청이 하청업체에 갑작스럽게 주문을 하거나 대량 리콜사태 같은 사례에도 인가연장근로가 허용된다. 날씨가 나빠 건설현장 공사가 지연되거나 회계처리업무 마감이 임박했을 때 인가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주 52시간제가 지난해 7월 시행되기 전에도 흔했던 연장근로 사유다.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소재부품기업법)상 특화선도기업이 핵심전략기술을 개발하거나, 수출규제로 신속한 국산화가 필요한 연구개발도 인가연장근로 대상이다.

“인가특별연장근로가 전혀 특별하지 않게 됐다”고 노동계가 반발할 만큼 대상이 늘어났다. 노동부에 따르면 인가연장근로 신청은 2017년 2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70건, 올해 10월까지 826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승인건수는 15건·204건·787건이다. 노동부는 올해 태풍 복구와 아프리카 돼지열병·일본 무역보복 대책 때문에 인가연장근로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대폭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신청·인가건수 급증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동부는 최소한의 기간만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할 방침이다. 업무량 대폭 증가와 신소재·부품 개발을 이유로 한 연장근로 신청에 대해서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조치를 제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주 60시간 이내로 운영 △연장근로시간만큼 연속휴식시간 부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방안 역시 ‘지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법적 강제성이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인가연장근로는 노동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신청하기 전에 노사가 건강권 보호조치에도 합의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약속을 어긴다면 재신청시 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력근로 근기법 개정해도 정부 대책 반영될 듯

노동부는 연말까지 탄력적 근로시간 단위기간 확대(3개월→6개월)를 포함해 보완입법이 안 될 것으로 판단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이재갑 장관은 “계도기간 내에 국회에서 보완입법이 이뤄진다면 그 수준과 내용을 감안해 정부가 추진 중인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근기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정부 대책은 그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부는 “입법이 되더라도 계도기간을 일정 정도 부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인가연장근로 사유 확대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입법 논의를 하더라도 근기법 시행규칙 개정 내용과 계도기간 내용을 포함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행규칙에 있는 특별연장근로(인가연장근로)를 법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당연히 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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