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우리나라 특수고용 노동자가 최대 221만명이라는 한국노동연구원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특수고용직 노동권·사회보험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연구 결과는 특수고용직이 분포한 직종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직종을 구분해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단계적으로 하더라도 전면적인 사회보험 적용과 노동권 보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수고용 범위 커지는데, 대책은 9개 직종만?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고용보험 우선적용 특수고용 직종을 선정하기 위해 노사단체·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가동 중이다. 고용보험 가입대상과 범위와 관련해 노사 단체 이견이 크다. 일각에서는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9개 직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재 산재보험 의무가입 특수고용직은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대리기사다.

그런데 노동연구원이 지난 24일 공개한 ‘특수형태근로(특수고용) 종사자의 규모추정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보면 보호대상을 직종별로 선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특수고용직 규모와 관련한 기존 통계나 연구는 직종을 선정한 뒤 규모를 산출하는 방식이었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는 보험설계사를 포함해 4개 직종만 조사한다.

노동부 의뢰로 2011년 진행된 ‘특수형태 업무종사자 실태조사’는 34개 직종을 분석해 규모를 산출했다. 이런 조사의 문제점은 특수고용직이 포함된 직종을 언제든지 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수고용직이 다양해지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반면 노동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직종을 선정하지 않고 임금노동자·1인 자영업자·특수고용직의 특성을 기준으로 규모를 추출했다. 특수고용직 조건을 모두 갖춘 취업자가 166만명, 1인 자영업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사이에 있는 취업자가 55만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221만명인 특수고용직 안에서 직종을 별도로 분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도출했다.

노동권 보장도 직종별로 선별 우려

국회에 제출되는 각종 법안이나 정부 정책은 특수고용직 직종별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돼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포함한 5개 법안이 특수고용직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상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대통령령으로 대상을 정하면 산재보험처럼 직종을 구분해 고용보험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수고용 직종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그때그때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심지어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도 직종별로 시행하게 될 수 있다.

한정애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017년과 2016년 각각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전면보장을 담고 있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제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보호대상을 정한다.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직종별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특수고용직 노동권 보장에 대한 단일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보험·노동기본권 전면보장을 최대한 지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흥준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용자가 명확한 직종부터 단계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한도 끝도 없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특수고용직 사회보험과 노동기본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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