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올해 5월31일 ‘공공부문 2단계 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원활한 제도 시행을 위해 이달 1일부터 전국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2단계 정규직 전환 컨설팅 킥오프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이 자리에서 노동부가 직무급제 중심의 표준임금체계 개편안을 꺼내 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와 노동계는 지난해 말부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사실상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노동계는 “정부가 컨설팅을 빙자해 강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동부, 광역자치단체 컨설팅 킥오프 설명회

5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2단계 정규직 전환 컨설팅 킥오프 설명회에서 임금체계 개편방향을 담은 문건을 배포하고 설명했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A씨는 “노동부 공무원이 애초 순서에 없던 임금체계 관련 내용을 나눠 주고 설명했다”며 “논란이 됐던 전문가 연구용역안과 여러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 외국 사례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달 1일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10일까지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컨설팅 킥오프 설명회를 열고 있다. 광주 ·전남(1일)과 경기(2일), 대구·경북(3일)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노동부는 킥오프 설명회 개최계획 문건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2단계 기관 특성(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92.2%, 자치단체 재원 의존)에 부합하도록 컨설팅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전환 과정에서의 이해관계 조정 및 갈등 관리 등 컨설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출자·출연기관 담당 공무원 대상 킥오프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설명회는 1부 2단계 가이드라인 및 컨설팅 지원 계획과 2부 개별 컨설팅으로 구성돼 있다.

A씨는 “1부가 끝난 뒤 노동부 공무원이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방향 및 사례’ 문건을 나눠 줬다”며 “애초 순서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배포한 문건에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추진 배경과 경과, 주요 사례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 발표된 표준임금모델 전문가 연구용역안도 담겨 있다. 전문가 용역안은 청소·경비·시설관리·조리·사무보조 5개 직종을 표준직무로 선정한 뒤 근속연수가 아닌 숙련도를 반영해 최대 6단계까지 승급할 수 있게 한 임금체계다. 숙련도와 연관된 승급단계에 따라 임금을 인상한다. 직무등급 1단계 임금은 업무 난이도, 책임성 향상을 고려해 직전 등급 1단계 임금 대비 일정 비율(5%포인트)씩 상승한다.

노정협의 5월 이후 한 차례도 안 열려

노동부가 킥오프 설명회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다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지난해 12월부터 정부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관련 노정협의를 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정협의는 5월31일을 끝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노동계는 전문가 연구용역안에 대해 “단순 노무직종을 표준직무로 설정해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전환 대상 임금체계 기준으로 설계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가 설명회에서 배포한 정부안을 보면 5개 직종을 5등급 직무로 나누고 6단계 승급을 설정했다”며 “1단계에서 6단계까지 15년 이상 일해도 10~18%의 기본급 인상만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임금체계 개편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TF 확대 실무회의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 전문가 포럼 등에서 재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정부가 컨설팅을 빙자해 강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설명회를 열어 임금체계 개편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현장 요구로 설명만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기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임금체계”라며 “정규직 전환 이후 전환자 처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에 대한 컨설팅 요청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설명회에 앞서 경기도에서 임금체계 관련 설명 요청이 있었다”며 “그간의 논의 상황과 여러 기관, 해외 사례를 소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에 앞서 진행된 광주·전남과 3일 열린 대구에서는 임금체계 개편 관련 설명을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현장에서 전문가 용역안을 정부안이라고 소개하거나 마치 정부안인 것처럼 말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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