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파견·용역 노동자 1천46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그런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임금이 70만원까지 삭감되는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단이 기본급을 최저임금으로 설정한 뒤 직무를 5단계로 구분해 단계별로 10%씩 오르도록 임금체계를 설계한 탓이다. 승급에 대한 부분은 아예 빠져 있다. 저임금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정부 표준임금모델보다 후퇴된 안이라는 비판이 높다.

하청노동자들 “임금 깎이는 정규직 전환 싫다”

공단 인천병원에서 시설관리업무를 하는 최아무개씨의 기본급은 올해 7월 기준으로 211만2천880원이다. 야간근로수당 등을 합치면 한 달 274만원(세후)을 받았다. 공단측은 8월 최씨에게 "용역회사 계약이 만료되는 10월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겠다"며 지원서류를 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와 복리후생 기준을 설명해 줬는데, 최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정규직 전환시 받는 임금이 204만6천원으로, 지금보다 70만원이나 적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용역회사에서 먹는 중간수수료가 없어지는데도 어떻게 급여가 적어지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계속 일하려면 어쩔 수 없이 지원서류를 내야 하는데, 이럴 거면 왜 정규직을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매일노동뉴스>가 11일 입수한 공단의 ‘제2차 간접고용 근로자 정규직 전환 채용 계획’을 보면 최씨 같은 파견·용역직 1천464명이 용역회사와의 계약만료 시점에 따라 8월부터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이미 1차로 319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현재 2차 241명에 대한 채용절차가 진행 중이다. 전환 대상자는 전기·기계·통신기사와 미화원·시설경비원·요양보호사·간병인이다.

평생 최저임금만 주는 ‘최악의 직무급제’

문제는 임금체계다. 공단은 직무급제를 뼈대로 정규직 전환 임금체계를 설계했다. 직무는 5개로 분류했다.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 기준으로 ‘가’ 직무는 기본급이 올해 최저임금과 같은 157만4천원이다. 간병인·요양보호사(관리자 제외)와 운전기사·청소노동자·경비원·안내원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나’ 직무는 이보다 10% 높은 173만1천원이다. 이렇게 10%씩 상향해 총괄책임자급인 ‘마’ 직무는 최저임금 대비 140%인 220만4천원을 받는다.

복리후생으로 급식비(월 13만원)와 가족수당(배우자 4만원, 부양가족 1인당 2만원), 명절상여금 연 80만원, 경영성과급, 복지포인트 연 55만점이 공통적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임금체계를 보면 승급에 관한 내용이 없다. 공단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승급에 대한 부분은 제외됐다”며 “장기적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가’ 직무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근속연수나 숙련도에 상관없이 평생 최저임금만 받는 것이다.

공단의 이 같은 임금체계는 정부 표준임금체계에도 못 미치는 내용이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올해 1월 마련한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에 따르면 기준임금은 최저임금(2018년 157만3천770원)으로 설정하되 상위 등급일수록 임금이 인상된다.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자동으로 승급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숙련에 따라 승급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놨다. 또 정규직 전환 이전 임금수준이 표준임금체계보다 높을 경우 이전 임금 수준을 보장해 처우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했다.

김하나 보건의료노조 근로복지공단인천병원지부장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규직 전환시 실질임금이 하락되지 않도록 하고 용역회사 이익금으로 지출된 비용은 노동자들의 복리후생비로 쓰라고 했는데 공단은 이런 지침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인천병원 시설관리 용역회사는 1년에 4천500만원을 수익금으로 가져갔는데 이 돈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노사협의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용역업체에서 관리소장이나 감독업무를 수행했던 직원을 비롯한 일부가 임금이 줄어들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산은 한정돼 있고 용역회사마다 각기 다른 임금을 받던 것을 동일한 직무급으로 설계하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임금저하를 막기 위해 개선계획을 마련하고 이미 줄어든 임금을 받은 직원에게는 차액을 소급해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미영·최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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