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미화원들 작업 모습.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전라남도 순천시청 소속 가로환경미화원 두 명이 비슷한 시기에 폐암 진단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하루 8시간씩 20년 넘게 생활폐기물을 실어 나르고 노면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디젤 배기가스에 노출됐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2년 디젤 배기가스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상시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돼 있는 환경미화원들에 대한 안전보건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업무

7일 노동계에 따르면 순천시청 무기계약직 가로환경미화원 서아무개(61)씨와 황아무개(62)씨는 지난 4일 20년 넘게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디젤 차량 배기가스에 노출돼 폐암에 걸렸다며 근로복지공단 순천지사에 산재를 신청했다.

서씨는 1990년부터 27년간 순천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했다. 입사 후 11년 동안 생활쓰레기 수거업무를 했고, 10년간 도로청소를 했다. 최근 6년 동안은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으로 리어카를 끌고 들어가 종량제봉투를 수거하고 골목길을 청소했다.

그는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90년대에는 장갑이나 마스크를 주지 않는 등 작업환경이 열악했다"며 "종량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석면 슬레이트 같은 공사장 폐기물을 맨손으로 들어서 실어 나르고, 연탄재도 하루에 두세 차씩 수거했다"고 말했다. 연탄재와 폐슬레이트에는 각각 결정형 유리규산과 석면 같은 폐암 유발물질이 함유돼 있다.

서씨는 지난해 초부터 기침과 가래가 끊이지 않고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을 겪었다. 같은해 5월 정기건강검진 과정에서 폐에 이상소견을 발견했다. 6월 폐편평상피암 2기 진단을 받고 7월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말 퇴직했다.

또 다른 산재신청자인 황씨는 96년 8월부터 2016년 12월 말까지 21년간 환경미화 업무를 했다. 생활쓰레기 수거업무를 3년, 노면청소를 12년, 골목길 청소를 6년간 했다.

서씨처럼 20년 넘게 주 6일(2014년 이후 토요일은 오전근무) 하루 8시간씩 디젤 배기가스에 상시적으로 노출됐다. 폐슬레이트와 연탄재를 수거한 적이 많았다.

기침이 잦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낀 지는 오래됐다. 대개 환경미화원들이 그렇듯 황씨도 약국에서 약을 사 먹고 참았다. 2016년 12월 말 정년퇴직 후 다리가 아프고 걷지 못하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그는 지난해 9월 경추협착증으로 수술하다 폐암을 발견했다. 폐선암 4기였다. 황씨는 같은해 12월부터 암전문병원인 화순전남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황씨는 "일하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먼지 묻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했다"며 "환경미화원들이 일하는 작업환경이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씨와 황씨는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은 뒤 세 차례 광주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 건강상담을 받았다.

"1군 발암물질 디젤 배기가스 노출 위험"

이들을 상담했던 송한수 조선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발암물질인 디젤 연소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IARC가 2012년 디젤 차량 배기가스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후 2014년 충남 서산에서 20년간 생활쓰레기 운반을 하다 폐암 3기 진단을 받은 환경미화원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송 교수는 "청소차나 폐기물 수거차량이 디젤 차량인데, 출력이 크고 차량이 노후한 게 많아 연소물질이 많이 생긴다"며 "환경미화원들이 차량 배기구를 따라가면서 일을 하는 데다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에 과호흡 상태에서 디젤 연소물질을 (행인들보다) 더 많이 흡입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디젤 연소물질을 직접 마시는 상황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기가스 배출구를 옮기는 방식으로 청소 차량을 개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발암물질 노출 고위험 노동자들에 대한 맞춤형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환경미화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건강검진 대상자가 아니다.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은 "일반정기검진으로는 폐암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특수건강검진 같은 맞춤형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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