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에서 새벽녁 가로청소를 하던 50대 환경미화원이 쓰레기 수거차량에 치여 숨진 가운데 광주근로자건강센터와 일부 정치권에서 새벽근무 폐지와 차량 뒤에 불법으로 설치한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는 작업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이 효율성과 작업속도를 이유로 새벽근무와 발판설치를 선호하고 있어 해법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안전과 효율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27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시청 환경생태국 회의실에서 시와 5개 구청, 수거업체 노사 대표가 모인 가운데 '환경미화원 근무환경개선 및 안전사고예방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간담회'가 열렸다. 이달 16일 광주 남구 노대동 도로에서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던 환경미화원이 동료가 몰던 쓰레기 수거차량 뒷바퀴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나온 6개 건의사항 중 '새벽근무 폐지'는 없었다. 대신 '수거차량 뒤편 안전발판 설치'가 제기됐다. 유력하게 검토 중인 안전대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수거차량 뒤편 안전발판 설치는 쓰레기 수거차량 뒤에 미화원들이 발을 딛고 설 수 있도록 발판을 합법적으로 설치해 달라는 요구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쓰레기 수거차량 발판 설치는 불법이다. 수거차량에 매달리거나 발판에 올라타는 작업방식도 금지돼 있다. 안전장치 없이 매달려 일하는 탓에 미화원들이 차량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력이나 시간 등 효율성을 이유로 지자체에서 발판 설치 관행을 묵인하는 실정이다.

광주시측은 "안전발판 설치는 노조대표들이 강하게 요구한 사항"이라고 귀띔했다. 미화원들이 차량 좌석에 올라탔다가 내려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게 체력적으로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노조위원장은 "일각에서 자꾸 새벽근무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발판을 떼어 내야 한다고 하는데, 현장과 괴리가 있는 주장"이라며 "시간 안에 정해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작업속도를 높이려면 새벽에 일하고 발판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새벽근무를 폐지하면 좋겠지만 아침 9시부터 작업할 경우 차가 많아져 작업속도가 더디고, 골목 안에서 주민과 다툼도 생긴다"며 "최근에는 쓰레기차가 막는다고 운전자가 내려서 미화원 얼굴에 침을 뱉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증원·증차로 작업량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새벽근무 폐지나 발판 철거는 수긍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광주근로자건강센터 관계자는 "노동자 안전을 위해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며 "청소차량 발판의 위험성은 사회적으로 공론화돼 있는 문제인 만큼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안전발판은 불법"이라며 "차량 빈 공간을 활용해 미화원들이 안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차량 개조방안을 검토해 입법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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