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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거제 해저 가스관공사 투입된 용접공들 비소 중독"1미터도 안 보이는 곳에서 밥 먹고 작업" …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
   
▲ 현장 작업자 제공

국내 최장·최고 심도의 배관공사로 알려진 진해-거제 주배관 1공구 건설공사 현장에 투입됐던 아르곤 용접노동자들이 1급 발암물질인 비소에 중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하 100미터 해저에서 제대로 된 환기시설도 없이 공사일정 맞추기에 급급해 작업을 밀어붙였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지난해 11월 말 준공 예정이었는데, 준공 후 테스트 중 파이프 변이가 확인되면서 공기가 올해 3월까지 연장됐다.

소변검사 기준치 세 배 넘는 비소 검출

아르곤 용접노동자인 A(62)씨와 B(47)씨는 3일 "진해-거제 해저 배관공사에서 아르곤 용접을 하다 비소에 중독됐다"며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에 산재를 신청했다.

한국가스공사 발주로 2013년 시작된 진해-거제 주배관 1공구 건설공사는 영남권에 안정적인 천연가스(LNG) 공급을 위해 진해구 제덕동에서 거제시 장목면 일원을 연결하는 해저구간 7.8킬로미터, 지하 100미터에 이르는 국내 최장·최고 심도의 공사다. 원청은 현대건설이다.

A씨와 B씨는 현대건설 하청업체인 우림ENG 소속으로 지난해 9월10일부터 11월10일까지 진해쪽 수직구(89미터) 4.7킬로미터 지점부터 거제쪽 수직구(94미터) 3.5킬로미터 지점까지 LNG 파이프를 용접해 연결하는 작업을 했다. 이곳에서 두 달간 12시간씩 주야 맞교대로 일했다.

일을 시작한 지 20여일이 지난 뒤부터 원인 모를 두통과 어지럼증, 손발저림 증세가 나타났다. 전신 근육통증과 두통·무기력증·손발저림이 심해지자 A씨와 B씨는 퇴사 직후인 지난해 11월16일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A씨와 B씨의 소변에서 각각 730.14㎍/L, 603.23㎍/L의 비소가 검출됐다. 정상 노출기준(220㎍/L)의 세 배 전후로 많은 양이다. 국제암협회(IARC)는 비소를 피부암·폐암·신장암·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등급 1등급 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병원은 소견서를 통해 "비소 농축에 의한 증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지난달 14일부터 지금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 서 있는데도 구석에 처박혀 있는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 현장 작업자 제공

'군함도' 연상케 하는 해저 작업장 

A씨는 "작업장 환경이 형편없었다"고 말했다. 환기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많은 양의 용접흄(용접 과정에서 고체가 녹은 후 증발과 응축을 통해 형성되는 작은 입자)이 발생했다. 그는 "방진마스크를 끼긴 했지만 환기가 제대로 안 돼 마스크가 소용이 없었다"며 "용접 분진과 가스 연기 때문에 1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A씨가 작업 중 찍은 사진을 보면 현장은 작업 중 나오는 가스·분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 A씨는 "이런 곳에서 그냥 밥을 먹었다"며 "군함도가 생각났다"고 토로했다. 터널이 깊다 보니 지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식사는 김밥으로 때웠다고 한다.

A씨는 "11월 말로 예정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원·하청 모두 작업을 강행했다"며 "원·하청 관리자들에게 '앞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일을 하냐'고 매일 항의하면서 제대로 시설을 갖춰 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사가 끝날 때까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회사측으로부터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

A씨와 비슷한 증세를 호소한 노동자들은 적지 않았다. 토목공 중에서 "몸이 아프다"며 한 달 만에 일을 그만둔 노동자도 있었다. A씨와 같은 기간 일했던 용접공은 25명, 토목공은 80여명이다.

이날 오전 A씨와 B씨를 상담한 송한수 조선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비소 중독이 의심된다"며 "다만 비소가 어디서 노출됐는지를 봐야 하는데 소변 내 비소에 유기비소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현장 토양 등에서 중금속 비소 노출 여부를 추가로 확인해야 확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소는 토양이나 암석에 포함돼 있다. 지하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생성된 비소가 포함된 돌가루 분진이나 물을 노동자들이 흡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송 교수는 "비소 중독과 별개로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도 보인다"며 "지하터널 환기가 잘 안 되면서 산소부족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두통·현기증·근육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환기 안 되는 날만 사진 찍었다?

지난달 근로자건강센터를 통해 사건을 인지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작업환경측정기관에 의뢰해 비소 측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아르곤 용접노동자 25명에 대한 건강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국가스공사 홍보영상 갈무리

현대건설 관계자는 "용접흄 가스 등을 채취해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에서 조사했더니 비소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사건 인지 후 현장 관리자들을 자체 조사했을 때 기준치인 220㎍/L을 넘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산재신청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비소 중독을 주장하고 있으니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해서 판정을 받아 보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환기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현장이 매일 그랬던 건 아니다"며 "이동하면서 일하다 보니 팬이 늦게 따라왔거나 기류가 정체돼 있어 환기가 잘 안 됐던 날도 있었는데, 그런 날에만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한수 교수는 이와 관련해 "비소에 노출된 지 한참 지났고 반감기 등을 따져 볼 때 지금 검사를 하면 비소 검출이 안 될 수도 있다"며 "증상을 위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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