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위원회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나왔다. 고질적인 임금체불부터 은퇴 후 노후대비가 어려웠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까지 노동계 목소리가 대폭 반영됐다. 갈수록 고령화하면서 '경로당' 소리마저 듣는 건설현장에 청년층을 유입하고 숙련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임금체불 예방·적정임금제 도입 추진=정부는 12일 오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노동자 임금보장·근로환경 개선·숙련인력 확보를 뼈대로 한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9월 구성된 일자리위 산하 건설분과 논의를 통해 마련했다.

단일업종으로는 가장 많은 185만명이 각종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취업자 10명 중 7명은 일명 '노가다'로 불리는 일용직이다.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소득수준이 전 산업 평균의 78% 정도로 낮다. 임금체불이 심각하고 각종 사회보장에서 배제되면서 청년층 기피 일자리가 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건설산업을 3D 업종에서 안정·안전·안심의 3안(安) 산업으로 변화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발주자가 임금·하도급대금을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모든 공공공사에 확대하기로 했다.

건설업계 체불임금의 가장 큰 원인은 원래 지급해야 할 시기보다 2~3개월 늦게 임금을 주는 유보임금 관행과 건설사들의 임금유용 때문이다. '발주처-원청-하청-십장·반장'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하도급자가 원청에 공사대금을 신청하면 원청은 다시 발주처에 이를 제출하고, 발주처가 공사대금을 지급하면 원청은 다시 하청에 준다. 임금청구와 지급까지 보통 두세 달씩 걸린다. 제때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공공공사에서는 건설사들이 공사대금을 중간에 유용하면서 노동자 임금이 체불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정부는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통해 체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산하기관 공사 일부에서 시행 중인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내년에 모든 공공공사에 의무화한다. 민간공사는 정부가 인증한 체불방지 기능을 탑재한 유사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업에 공공입찰 가점을 부여해 사용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체불이 발생했을 때 보증기관이 최대 1천만원까지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임금지급보증제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을 통해 내년에 도입한다.

건설업체가 시중노임단가 이상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적정임금제 도입도 눈에 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상 저가경쟁과 십장·반장의 중간착취로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하락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10개 내외 현장에 2년간 시범실시한 후 2020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10년간 4천원' 퇴직공제금 인상=건설노동자 퇴직공제부금(퇴직공제금+부가금) 일일적립액과 납입한도액은 인상한다. 발주자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몫으로 하루에 4천원씩 퇴직금 명목으로 적립하지만, 납입액이 워낙 적고 적용공사(공공 3억원 이상·민간 100억원 이상)가 제한돼 건설노동자들의 노후 생계보장이라는 취지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퇴직공제부금 일액을 4천200원(퇴직공제금 4천원+부가금 200원)에서 5천원(퇴직공제금 4천800원+부가금 200원)으로 올리고, 납입한도액은 5천원에서 1만원으로 올린다.

건설노동자의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요건도 확대한다. 다른 사업장은 8일 이상만 일하면 가입할 수 있는 사회보험을 건설업은 20일 이상 일해야 가입할 수 있었다. 건설산업연맹에 따르면 일용직들의 월평균 근무일수는 16일이다. 대부분 가입요건에서 벗어난다는 얘기다. 이를 한 현장에서 8일 이상만 일하면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완화한다. 건설기계 1인 사업자 퇴직공제 적용도 추진한다. 노후보장을 위해 건설근로자 퇴직공제 당연가입을 허용한다.

건설노동자 경력·자격·훈련 정도를 반영한 기능인등급제를 도입한다. 경력과 기술 수준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명확한 직업전망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층 유입을 위한 대안이다. 교육훈련을 강화해 건설인력 양성체계를 확인한다.

이와 함께 임금체불이나 불법 외국인고용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하도급업체의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고, 원청에도 불이익을 줘서 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건설노동계는 환영했다.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그동안의 건설산업 대책이 경기부양대책이거나 건설사를 위한 대책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건설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건설분과에서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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