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파업에 나선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분노를 이대로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두 동지를 고공에 두고 어떻게 집으로 갈 수 있습니까? 우리의 분노를 보여 줍시다.”

정부중 건설노조 사무처장 말이 끝나자마자 건설노동자 2만여명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국회로 행진했다. 일부는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곧 경찰에 가로막혔다. 지난 11일 국회 인근 여의2교 광고탑에 오른 두 명의 건설노동자는 18일 만인 이날 고공농성을 마무리하고 땅을 밟았다.

“작은 희망마저 빼앗는 정치 갈아엎어야”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가 28일 전면파업을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가 파행으로 치달으며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건설노동자들은 “우리 힘으로 법안을 통과시키자” “오늘 결판을 내고 우리 삶을 바꾸자”고 외쳤지만 18대와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의 20대 국회 통과를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정기훈 기자

장옥기 위원장은 “우리는 10년 동안 국회에 속아 왔다”며 “건설자본과 가진 자들을 위해 법을 바꿔 온 국회가 이제는 건설노동자를 위해 법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원대 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장은 “건설기계 노동자 퇴직공제부금 적용이 거창한 꿈이냐”며 “손주에게 과자 하나 사 줄 수 있고 친구들과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를 바라는 것이 목숨 걸고 고공농성을 해야 할 만큼의 무리한 요구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박 지부장은 “정치가 힘없는 사람,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도 대한민국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건설노동자의 작은 희망마저 빼앗는 대한민국 정치라면 갈아엎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의대회 후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파행 책임을 묻기 위해 국회와 바른정당·자유한국당을 향해 행진을 시도한 건설노동자들은 마포대교 남단에서 연좌농성을 했다. 이들은 여의2교 광고탑까지 행진한 뒤 18일 만에 고공농성을 중단한 이영철 노조 수석부위원장(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과 정양욱 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을 맞았다.

“배신감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

국회 환노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은 건설노동자 체불 근절을 위한 임금지급 확인제와 전자카드제 도입·퇴직공제부금 인상·건설기계 노동자(1인 사업자) 퇴직공제 당연가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는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산회 소식이 전해진 직후 환노위 의원들을 찾아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법안심사소위 개최를 요구했다. 법안심사소위나 전체회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국회는 건설노동자들의 부당한 노동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서도 무시하는지, 우리의 투쟁을 외면하고 있다”며 “10년째 4천원에 묶여 있는 퇴직공제부금을 인상해 달라는 요구가 그렇게 무리한 요구냐”고 외쳤다. 그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 “배신감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한국노총 소속인 육길수 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은 “건설노동자 퇴직금이 일반 노동자의 24% 수준에 불과하다”며 “민생법안인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이례적으로 양대 노총이 함께 노력하고, 건설노동자가 고공농성까지 감행했지만 국회의원들은 우리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육 사무처장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법안소위 개최를 추진하고 일자리위원회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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