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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살아”LG유플러스 콜센터 현장실습생 홍수연양 추모문화제 열려
▲ 구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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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아, 아빠야.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살아.”

올해 1월 업무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LG유플러스 콜센터 현장실습생 홍수연양의 아버지 홍순성씨. 막내딸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 그려진 추모메시지판에 검은색 마커펜을 꾹꾹 눌러 가며 추모의 글을 남겼다. 먹먹한 표정이었다.

2014년 업무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문수씨의 아버지 이종민씨는 “하늘나라에 가서 편안하게 쉬길…”이라고 적었다.

1월까지 일면식도 없던 홍씨와 이씨는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사이가 됐다. 이들의 자녀는 LG유플러스 콜센터(LB휴넷) 전주센터에서 일하다 업무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씨와 이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사옥 앞에서 열린 고 홍수연양 추모문화제에 참석했다. 노동·사회·시민단체 관계자 100여명이 함께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인 홍양은 회사의 영업실적 압박으로 업무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전주의 한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최근까지 섭씨 15도 안팎의 봄 날씨였는데, 이날따라 비가 오고 칼바람이 불었다. LG유플러스 사옥 앞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홍양에게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현장실습생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 안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백종현씨는 홍양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청소년유니온 위원장인 그는 특성화고에서 금융·회계 계열을 전공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서 백씨는 특성화고 경험을 토대로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백씨에 따르면 청년실업 해결이 국가 과제가 된 터라 정부는 취업률 높이는 데 혈안이다. 교육부는 특성화고 취업률에 따라 시·도 교육청을 평가한다. 시·도 교육청은 특성화고를 압박해 취업률을 높이라고 압박한다. 학생들이 전공과 관계없는 곳에 현장실습을 나가기도 한다.

애완동물을 전공한 홍양은 전공과 무관한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전화상담을 했다. 하지만 현장실습 업무를 중도에 그만두기 어렵다. 백씨는 “학교에서는 현장실습이 사실상 취업이기 때문에 취업률이 떨어질까 봐 현장실습을 그만두지 못하게 한다”며 “현장실습업체에서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도와주기는커녕 반성문을 쓰게 하고 징계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실습을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오면 이후 실습기회를 가장 마지막 순번으로 준다”며 “학교에서 문제를 해결해 줬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다시는 이런 일 벌어져선 안 돼”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은 현장실습생이 숨지는 사고가 재발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콜센터 노동자가 업무스트레스로 숨지는 일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민씨는 아들 생각이 날 때면 전주센터 인근을 찾는다. 아들인 이문수씨는 센터 민원팀에서 일했다. 이씨는 유서에서 “부당한 노동착취가 만연하고 정상적인 임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고발했다. 연장근로수당 등이 미지급되고 LG유플러스의 상품판매 강요가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종민씨는 “LG유플러스는 도둑놈 집단이고 악질 중에 악질로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며 “아들이 죽은 지 1년 수개월이 지났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호소했다.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조합원 김영아씨는 "이문수님이 돌아가셨을 때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는데 결국 사건이 재발했다"며 "끝까지 싸워 홍수연양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태우  ktw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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