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을 이렇게 만든…. (LG유플러스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다. 내 복이 이거밖에 안 되는구나 생각하며 산다. 그래도 죄를 지은 사람은 제대로 처벌받아야 한다.”

올해 1월 업무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LG유플러스 콜센터 현장실습생 홍수연(19)양의 아버지 홍순성(58·사진)씨는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LB휴넷 전주센터 해지방어부서(세이브팀)에서 일한 홍양은 영업실적 압박에 시달렸다. 홍양의 아버지는 동네에서 소문난 딸바보였다. 집안에 딸은 홍수연양밖에 없었다.

누나의 자녀들도 전부 아들인 터라 홍양은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랬던 홍양이 첫 직장에서 업무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자 가족들은 안타까움에 견디기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우유대리점에서 일하던 홍순성씨는 직장을 그만뒀다. 대학생인 오빠 홍아무개씨는 동생 얘기를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홍양의 어머니는 TV에 딸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눈물을 쏟는다. 홍양의 죽음으로 평온했던 한 가정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홍순성씨를 만났다. 그는 “동네 어디를 가도 수연이가 자랐던 곳이라 딸 생각이 난다”며 “키 크고 수연이 같이 생긴 아이만 보면 울컥하고 온몸에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 회사를 그만두게 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했는데.

“작은 회사에 갔으면 차라리 대학을 가라고 권했을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대기업이니까. 2년 정도 오빠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일하고, 그런 다음에 대학을 가든지 애견센터를 내든지 하라고 했다. 돈 모아서 저금도 하고. 아빠도 돈을 보탤 테니 (2년이 지난 뒤) 애견센터 내라고 했다. 수연이가 알겠다고 했다. LG유플러스 합격했다고 합격증서를 보여 주면서 자랑한 아이였다. 첫 월급을 받고 엄마 아빠 용돈 쓰라고 10만원씩 준 아이였다. 그랬던 수연이가 집에서 일 때문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걸 봤다. 그때 말렸어야 했다.”

-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얘기한 적 있나.

“수연이는 과묵한 아이다. 가끔 (수연이) 엄마한테 짜증을 낸 적이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상사들한테 (실적 압박을) 당해서 컨디션 안 좋으니 말을 걸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콜수가 뭔지 어떻게 알겠나. 그냥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정도로 이해했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는 혼자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1월에는 월급날인데 월급이 덜 들어왔다고 화내기도 했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더니 다음달에 들어온다고 얘기했다.”

- 고등학생인 딸에게 실적 압박을 한 회사가 밉지 않나.

“가족들이 수연이 얘기하면 마음이 아파서 잘 안 하려고 한다. 그래도 아이 엄마가 수연이 때문에 울면 나는 답답해서 밖에 나간다. 수연이 오빠가 엄마를 달래 준다. 누구를 원망하면서 평생을 살고 싶지 않다. 내 복이 이거밖에 안 되는구나 생각하고 살아야지. 그래도 잘못한 사람이 있으니까 벌을 받지 않겠나. (LG유플러스와 LB휴넷이) 법을 어긴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자기들은 아니라고만 한다. 협력업체가 무엇을 했든 원청이 책임을 지고 해결할 문제 아닌가. 협력업체에 책임을 미루고 그게 뭐하는 짓인가. 같은 식구들 형제들끼리 말이다.”

홍양이 일한 LB휴넷 대표는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차남인 구본완씨다. 장남인 구본천씨는 LB인베스트먼트 사장을 맡고 있다. 구자두 회장은 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 홍수연양은 어떤 딸이었나.

“집안에 딸이 없어 수연이는 친척집에 가면 인기가 많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새벽에 두세 시쯤 오더니 바다가 보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바다까지 한두 시간 정도 거리인데, 수연이가 해 달라고 해서 바다에 데려갔다. 사춘기 때 자식들이 부모들과 멀어지는데 수연이는 안 그랬다. 친구처럼 지냈다. 지금도 딸아이가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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