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규모 증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어선 후 올해는 630만명대까지 근접했다. 2011년 이후 줄어들던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4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여당이 비정규직을 확대하겠다는 신호를 꾸준하게 보내면서 산업현장이 미리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정규직 비중 증가하는 '추세적 변화'

4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 노동자는 627만1천명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19만4천명(3.2%) 늘었다. 비정규직 규모는 8월을 기준으로 2011년 599만5천명에서 2012년 591만1천명으로 소폭 하락한 뒤 2013년과 지난해에는 594만6천명과 607만7천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임금노동자 역시 2011년(1천751만명)부터 올해(1천931만2천명)까지 180만2천명 늘었다. 비정규직 증가는 우선 전체 임금노동자 규모가 순증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올해는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32.5%로 지난해(32.4%)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비정규직 비중 증가는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비정규직 비중은 2011년 34.2%에서 2012년 33.3%, 2013년 32.6%로 꾸준히 감소했다.

비정규직 규모 증가와 비중 확대는 상당 부분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꾸준하게 추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시간제 노동자는 지난해보다 20만4천명(10.1%) 늘어난 223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기간제를 의미하는 한시적 노동자(363만8천명)는 지난해보다 13만명(3.7%), 파견·용역·특수고용 같은 비전형 노동자(220만6천명)는 9만4천명(4.4%) 증가했다.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딱히 커다란 변수가 없는데도 비정규직 비중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추세적 변화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보인다”며 “일용직 같은 비전형 노동자 규모가 줄고 비정규직이라도 기간제 같이 정형화된 노동자가 늘었다면 일정 부분 노동조건이 개선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012년 대선과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정규직 전환 같은 비정규직 보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일부 자치단체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규모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정규직 전환 노력도 사라지고 비정규직을 늘리겠다는 정부·여당의 시도가 눈에 빤히 보이니 현장에서 미리 반응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정부·여당은 최근 기간제·파견 사용확대 방안을 담은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정규직 임금 9만2천원 오를 때 비정규직은 1만4천원 올라

비정규직 규모는 날로 증가하지만 임금 같은 노동조건과 복지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6~8월 평균)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269만6천원으로 1년 동안 9만2천원(3.5%) 늘었다. 반면 비정규 노동자는 146만7천원으로 1만4천원(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근속기간·교육수준 같은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동일하게 설정한 뒤 비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월평균 임금격차는 10.2%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축소됐다.

비정규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36.9%)·건강보험(43.8%)·고용보험(42.5%) 모두에서 각각 1.5%포인트·0.9%포인트·1.3%포인트 하락했다. 이들의 퇴직급여 수혜율은 1%포인트 상승한 40.5%를 나타냈지만 상여금(39.0%)·시간외수당(23.7%)·유급휴일(31.9%) 수혜율은 각각 0.7%포인트·0.6%포인트·0.1%포인트 떨어졌다.

임금노동자 노조가입률은 12.3%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정규직 가입률은 16.9%로 지난해와 동일했고 비정규직은 2.8%로 0.3%포인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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