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다리를 잘라내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게 늘리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전국교직원노조측 변호인단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해우)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 이야기를 빗대어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설립취소 통보를 비판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해직자 신분인 교원의 가입을 불허한다는 이유로 14년간 법내노조였던 전교조를 설립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노동부의 규약시정명령은 노조활동을 하면서 해직자가 생길 때마다 노조에서 배제하라는 말과 같다”며 “노조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을 노동부가 전혀 반대로 해석해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집행정지신청 심리(부장판사 반정우)가 열렸다. 전교조측 변호인단(민주노총·민변)과 노동부측 변호인단(정부법무공단)은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쳤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심리에서 전교조측 변호인단은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의 위법성과 해직자 조합원이 노조 자주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반면 정부법무공단은 해직 교원을 조합원 대상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 부칙 제5조의 위법성과 교원 신분의 특성상 엄정한 준법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에 집중했다. 심리가 끝난 후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노동부측 변호인단의 변론을 들어 보니 정부가 아닌 기업의 논리 같았다”며 “재판부가 법리대로 판단해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법률에 근거 없어 무효” vs “엄정한 법 집행 필요”

법리공방의 쟁점은 노동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근거가 된 시행령 제9조2항이었다. 전교조측 변호인단은 "법률에 없는 시행령을 근거로 통보했기 때문에 행정규제 기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행정규제기본법(제4조3항)은 “행정기관은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한 규제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교조측 변호인단은 “시행령 제9조2항은 행정관청이 노조 해산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옛 노조법이 87년 폐지되자 대통령령으로 몰래 만든 것”이라며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노동부도 시행령만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하는 것은 위법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법무공단은 전교조가 의도적으로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교원노조법에 따라 현직 교원만 교원노조 가입이 가능한데도 전교조가 규약을 시정하지 않았고,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마찬가지”라며 “위법상태를 방치할 수 없어 법외노조를 통보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또 “교원 직무의 특성상 올바른 가치관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며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법의 보호를 요구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했다.

“0.015% 해직자 때문에 법외노조 안돼” vs “현직 교원만 대상”

전교조측 변호인단과 정부법무공단은 노조전임 해직자 9명(전체 21명)을 문제 삼아 6만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노조를 설립취소한 것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전교조측 변호인단은 “0.015% 비율도 안 되는 해직자가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재량권 남용으로 위법하며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단은 “해직자 노조 가입이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배된다 하더라도 노조의 자주성 요건이 충족되면 법외노조 통보는 불가능하다”며 “(조합원이)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됐을 때만 설립취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해직자가 노조활동을 하다 해직됐기 때문에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특히 “무자격자 2명이 끼여 있었다 하더라도 이것만을 이유로 그 노동조합의 해산을 명하는 것은 재량권의 남용”이라는 71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자 정부법무공단은 “노조법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아니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헌법 제33조2항은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지만, 교원노조법 제2조는 현직교원을 단결권의 주체로 명시했기 때문에 이미 설립된 노조라고 해도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이어 “전교조는 설립 당시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만들지 않다가 설립신고가 난 후에 개정했다”며 “(이를 방치하면) 설립신고 후 규약을 개정하는 불법행위를 통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직자 조합원 가입 여부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놓고도 양측 변호인단은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전교조측 변호인단은 “노조의 자주성을 갖추고 있는 이상 노조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와 외국 학계의 통설”이라며 “우리나라와 노동법이 비슷한 일본도 무자격자가 노조에 가입해도 법외노조 통보가 불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반면 공단은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의 규범에 의해 존속되는 국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량해고 발생, 사무실서 쫓겨나” vs “전교조가 선택한 자승자박”

법외노조 통보로 인한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관한 논쟁도 이어졌다. 전교조측 변호인단은 “법외노조 통보가 유지되면 전교조란 명칭을 쓰는 것도 불법이며, 전임자가 복귀할 경우 기간제 교사에 대한 대량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임차보증금 반납으로 인해) 사무실에서 쫓겨나야 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변호인단은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될 경우 교육현장에서 다른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혼란이 생김에 따라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정부법무공단은 “노조 전임자는 임용권자의 허가사항이지 법률상 당연히 보장된 것은 아니다”며 “조합비는 CMS를 통해 징수할 수 있으며, 사무실은 새로 구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공단은 또 “법을 의도적으로 준수하지 않은 사람이 법의 보호나 지위를 누릴 수는 없다”며 “전교조와 조합원이 스스로 선택한 자승자박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이어 “지금이라도 (해직 교원을 조합원 대상에서 인정하는 내용으로) 규약을 개정하면 3일 이내에 법적지위 회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교조측 변호인단은 “14만명의 조합원이 있는 전국공무원노조가 규약을 개정해서 설립신고를 냈음에도 노동부는 설립신고증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자주성 침해 우려” vs “법치주의 위협”

전교조측 변호인단은 이에 따라 “노조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한 사람에게 사용자는 해고로 징계했다”며 “또다시 해고자가 나오고 노조에서 탈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노조 자체가 와해되는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사안은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법무공단은 정반대의 관점을 보였다. 공단은 "법질서를 부정하는 참교육은 있을 수 없다"며 "법치주의는 법준수 의무가 전제돼야 하며, 이런 부분들이 허용된다면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 변호인단은 각각 30분 가량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법외노조 통보의 위법성과 전교조 규약의 위법성을 재판부에 설명했다.

재판부의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전교조측 변호인단은 “법외노조 통보는 절도죄를 저지를 사람에게 사형판결을 내리는 것과 같다”며 “전교조가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공단은 “전교조는 참교육 본래의 초심으로 돌아오고,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전교조는 노동부로부터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지난달 24일 법외노조 통보 처분 집행정지신청과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재판부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이 만들어진 상황과 양측 변호인단의 엇갈린 주장에 대한 추가 자료를 8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추가 자료를 검토한 후 이달 중순께 집행정지신청의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면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신청 결정이 나올 때까지 법내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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