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텅 빈 수박에 농가가 피를 말리고 있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생물들이에요."

"건설노동자들이 4대강 사업으로 이혼을 당하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어요."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가 2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4대강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그린수박으로 유명한 경북 고령군 객기리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곽상수씨는 “이웃들에게 이상한 얘기를 했다고 욕을 먹어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입을 열았다.

곽씨에 따르면 고령지역은 4대강 합천보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4대강 공사가 시작되면서 수박농가가 800동에서 530동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객기리의 경우 수박농가 330동 중 280동에서 전에 없던 입마름병이 발생하고 있어요. 수박 크기가 농구공만 했는데, 지금은 핸드볼 공 크기로 줄었고요. 4대강 공사 때문에 지면이 습지화됐기 때문입니다. 수박 뿌리가 내려야 할 곳에 물이 차 있으니 그럴 수밖에요.”

곽씨는 “정부가 6월에 조사에 착수해 9월에 대책을 내놓다고 한다”며 “그때까지 손가락만 빨라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돈을 좀 벌었을 것”이라는 외부의 시각과는 달리 4대강 공사로 인해 건설노동자들 역시 큰 피해를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송창흡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유사 이래 가장 큰 토목공사라고 건설노동자들이 돈 좀 벌었겠다는 시선이 있었는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며 “4대강 건설은 건설노동자를 파탄으로 내몬 최악의 공사”라고 강조했다.

“많은 조합원들이 보증을 통해 2억원에서 1억5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건설기계를 할부로 구입해 현장에 뛰어들었는데요. 수시로 체불이 발생했습니다. 할부금을 제때 갚지 못해 기계를 압류당하고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건설노동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가정이 파탄난 조합원들도 부지기수예요.”

송 지부장은 특히 "4대강 공사는 온갖 불법과 탈법이 난무한 공사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공사를 서두르기 위해 불법으로 개조한 장비가 아니면 현장에 못 들어오게 했고, 하루 16시간 일할 것을 약속해야지만 일을 줬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자는 4대강에서 살고 있는 생물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경호 대전환경연합 국장은 “지난해 금강에서 9일간 30만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며 “4대강 조류조사 결과 개체수는 3분의 1, 종수는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강은 굉장히 다이내믹해요. 여름철 우기를 거치고 자체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죠. 금강도 4대강도 희망이 있습니다. 전제조건은 빨리 흐르는 강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다같이 힘을 모아 다시 한 번 흐르는 4대강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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