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채는 정부 정책의 결과이므로 이를 이유로 민영화나 구조조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의정포럼이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국가재정과 공공기관의 역할’ 정책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소장은 "공기업 부채 중 많은 부분은 국가가 져야 할 부채 부분을 공기업에 전가한 것이기 때문에 개별기관이 감당할 부채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정책 수행 따른 LH·수자원공사 부채 심각

김 부소장은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자원공사의 부채"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295개 공공기관의 지난 한 해 성적표를 보면 총부채 규모가 138조1천221억원에 달한 LH가 부채가 가장 많은 공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LH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보금자리주택 사업과 혁신도시 같은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사례다.

한국조세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공공기관 부채의 잠재적 위험성 분석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LH는 정부의 정책사업을 단기간에 대규모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업비 대부분을 부채로 충당하면서 결정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낮은 임대료 정책으로 도입됐던 국민임대주택사업도 건설단계에서부터 낮은 건설비 지원단가와 장기임대 사업구조로 부채를 증가시켰다.

공사채를 발행해 4대강 사업비를 조달한 수자원공사는 지난해보다 부채가 1조2천억원 늘었다.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의 부채도 각각 12조4천억원과 4조3천억원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생산원가 이하로 통제한 것이 부채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시 정부정책 결과 따로 평가해야”

김 부소장은 "개별 기관의 부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오히려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민사회도 전체 국가부채 외에 공기업 부채에 대해서는 너무 깐깐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실장은 "코레일의 부채증가도 용산개발 사업 무산이 원인"이라며 "방만경영이나 경영실패와는 관계가 없다. 이를 제2철도공사 추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공공기관 예산구조를 민간기업 회계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회계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기관에 맞는 새로운 재정평가 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공공기관 부채 증가가 정부 정책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할 때 정부정책에 대한 결과를 떼어내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정포럼에는 공공운수노조·연맹, 사회공공연구소 등 6개 시민사회 싱크탱크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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