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을 둘러싼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가 지난 8일 오후 단독으로 ‘진상조사위보고서 검증공청회’를 열더니, 9일에는 김선동 의원을 비롯한 당선자 3명이 검증공청회를 근거로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정치공작 보고서”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10일 전국운영위, 12일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진상조사위 보고서를 상처내고 비당권파를 압박해 전열을 흩트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거세지는 당권파 공세=김선동·김미희·오병윤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9일 오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조사위원회를 거듭 비난했다. 이들은 이정희 공동대표가 개최한 진상조사보고서 검증공청회를 거론하며 "진상조사보고서가 부실·허위·정치공작 보고서로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가 정작 조사해야 할 것은 조사하지 않고, 개별적 실무착오를 집단적 부정선거로 왜곡하고, 온라인 선거의 프로그램 조작 증거도 없이 투표 시스템이 조작된 것처럼 의혹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당선자 3인의 기자회견은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의 검증공청회 반박 기자회견 직후 같은 장소에서 이뤄졌다.
이들은 특히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에 대해 “무책임하고 비겁하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 등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상조사위원회와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가 진행됐다”며 “반드시 참석해야 할 조준호 위원장이 불참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야”=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당선자 3인의 기자회견에 앞서 이정희 공동대표가 개최한 검증공청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준호 위원장은 “조사위는 공정하게 중립을 지키고 최선을 다했다”며 “총체적 관리부실 부정선거라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 대해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허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매를 맞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정선거 근거를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의혹이 남아 있는 투표소 61곳과 온라인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현장표를 제외하더라도 전체 유효표의 24.2%가 무효처리 대상이고, 온라인투표 시스템은 신뢰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오류투성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업체의 협조 없이 가능하지 않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제시되는 구체적 수치를 보면 업체의 비밀 준수 신뢰가 현저히 무너졌음을 알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사회도 당권파의 결단을 촉구했다. 백낙청 교수·함세웅 신부·오종렬 진보연대 상임대표가 포함된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금은 진상규명의 정도가 미흡하다거나 누가 얼마나 억울한가를 따지기 전에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들이 하나를 내려놓는 반성을 요구할 때 통합진보당 스스로 둘·셋을 내던지는 희생을 감내하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