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소속 하청·비정규노동자들이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정 노조법의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전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를 신중하게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2023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시 지게 될 부담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28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늦어도 다음달 1일에는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노조법 개정안과 방송 3법에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 결과 발표에 부담 가진 듯

대통령실 관계자는 27일 오후 노조법 개정안과 방송 3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KBS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에 출연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28일 국무회의 때 결정은 할 것 같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며 “끝까지 현장, 전문가, 노사 의견을 들어서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이 신중론을 펼치는 것은 28일 밤이나 29일 새벽에 결과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 엑스포 유치 1차 투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해 결선투표에 가지 못하면 후폭풍에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상황에서 노조법 개정안에 등에 대한 거부권까지 행사할 경우 정부에 더욱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 투표와 관련해 “당연히 대통령과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밤잠 못 자고 지켜볼 것 같다”며 “투표를 지켜본 뒤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메시지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총력투쟁 경고, 민주당 용산 의총 예고

노조법 개정안과 방송 3법이 28일 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다음달 1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상정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법 개정안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17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로부터 15일 이내 개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만큼 다음달 2일까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런 만큼 노정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윤택근 위원장 직무대행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권의 말로가 어떠한지, 우리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27일 오후 6시 마무리되는 임원선거 투표에 따라 과반 득표로 당선인이 확정되면 노조법 공포 및 시행 촉구에 당선인도 함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1번 양경수 후보조, 2번 박희은 후보조 모두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거부권 행사시 노정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한국노총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 뜻을 거스르는 대통령의 행위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며 “거부권이 행사될 시 총선때 심판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비상 의총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전 의원이 용산에 모여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겠다는 뜻이다.

정의당이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노조법과 방송3법의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긴급비상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정의당이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노조법과 방송3법의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긴급비상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제 노동계 잇따라 “노조법 공포하라”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국제노동계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뤽 트리앙글레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국제노총을 대표해 지난 11월9일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제노총은 167개국 337개 노총이 가입된 연합단체로 1억9천100만명 조합원을 두고 있다. 트리앙글레 사무총장은 “국제노동운동을 대표해서 대통령이 노조법 개정안에 서명하고 공표해 모든 노동자가 동등한 권리와 처우를 누리도록 보장하고, 더욱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이며 번영하는 한국경제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제노총 아태지역 각국 노동계 대표 83명도 정부에 서한을 보내 “개정안은 한국이 비준한 ILO 협약 87호와 98호 및 법원 판례에도 부합한다”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 정부가 ILO의 일원으로서 임무와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고은·임세웅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