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공포 촉구 변호사, 노무사, 교수, 연구자 1천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2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공포 촉구 변호사, 노무사, 교수, 연구자 1천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동법 전문가들이 정부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공포를 촉구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연구자·변호사·노무사 1천67명 선언을 발표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정 노조법 공포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노동법 전문가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 1인 시위와 단식 등으로 공포를 계속 촉구할 방침이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으로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와 재계는 본회의 통과 직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하고, 윤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날 노동법 전문가들은 개정 노조법의 공포 필요성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개정 노조법 거부하면 더 큰 사회적 비용 치러야

이들은 개정 노조법을 거부하면 사회적 갈등을 더욱 증폭한다고 경고했다. 조영선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20년 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에 이어 김주익, 최강서 열사와 쌍용자동차 해고자, 비정규 노동자들이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의 고통에 절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사회 갈등은 증폭해 이제까지 악순환을 넘어 더 큰 정치·경제·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 노조법은 내용·절차적으로 정당하므로 공포 방해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유경 노무사(노무법인 돌꽃)는 “대법원은 6월 현대자동차가 비정규 노동자 파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련의 소송에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보다 앞서 법원은 택배노조 교섭을 거부한 CJ대한통운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도 하청노동자에 대한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한 원청이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며 “법원은 이미 노조법 개정안의 내용적 정당성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재계의 주장도 반박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개정 노조법에 대해 정부와 재계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한다는 주장은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로 인정돼 구제명령 대상이 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벌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별도의 형사절차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부진정연대책임은) 법원행정처가 지적했듯 입법정책 문제일 뿐 헌법적 질서가 아니다”며 “대법원은 시민법 영역인 민법을 단체법인 노조법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개정 노조법과 같이 하는 판시를 했다”고 강조했다.

헌법상 권리, 노동 3권 보장하는 개정 노조법

이날 전문가들은 개정 노조법이 헌법상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규 강원대 교수는 “헌법이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것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불평등한 힘의 관계 속에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헌법 정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기존 노조법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짓밟히고 억울하게 목숨까지 빼앗긴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본을 대변하며 국회를 통과한 법률을 거부하겠다는 대통령을 보면서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대통령은 대다수가 노동자인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정 노조법을 거부할 명분도 권리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은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선재원 평택대 교수는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적 가치를 어기고 무리한 입법을 할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대법원이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렸고 법원행정처는 무리한 개정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출한 개정 노조법은 헌법적 가치를 위배하지 않았고 법의 체계와 논리에서 무리한 개정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대통령이 소수 기득권 세력의 요구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월권이며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위헌으로 행정권이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고 강조했다.

일본 법조계도 개정 노조법 공포 촉구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일본 법조계도 개정 노조법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6월 발표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성명에 대한 지지 성명이다. 일본 법률가단체·노조·시민사회단체 9곳과 변호사·연구자·활동가 73명은 17일 “한국 국회의 노조 개정법 통과는 노동자와 노조의 노력에 응답한 옳은 판단”이라며 “윤 대통령은 한국 노동자의 실태를 외면하지 않고 국민 대다수를 점하는 노동자가 권리를 실현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장(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우리나라와 유사한 법률체계를 가진 미국과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원청과 하청노동자의 교섭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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