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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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기아 원·하청이 협력사 근로조건 개선을 뼈대로 하는 상생협약을 맺고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정부는 조선업에 이은 세 번째 상생협약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할 핵심방안이라며 추켜세웠다. 그러나 당사자인 노동자는 초청받지 못했다.

노동부 장관, 노조법 두고 “입법규제” 평가절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오전 경북 경주 현대차 글로벌상생협력센터에서 열린 현대차·기아와 협력사 간 자동차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이중구조는 대기업·정규직 중심 경제·산업 구조와 대기업·협력사 간 상생과 협력을 가로막는 법·제도, 사회적 책임과 연대가 부족한 노사의 의식과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과 협력사 간 상생협약은 이해당사자가 중심이 돼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정부가 지원해 이중구조 해소에 기여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평가절하했다. 이 장관은 “노사 일방에 책임을 지우는 입법적 규제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정책 등 현상에 대한 대증처방으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과 하청노동자의 교섭을 허용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다. 현재 정부로 이송돼 공포를 기다리고 있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은 현대·기아차와 협력사의 자발적 노력에 기대고 있다. 원청이 △협력사 숙련인력 확보 △협력사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 △협력사 기술경쟁력 제고 △경영기반 강화 방안 마련에 노력하고, 협력사는 △자사 노동자 근로조건 향상 및 역량 강화 △연구개발·생산성 향상 노력을 기울이는 내용이다. 정부는 현대차·기아와 협력사의 자발적 노력에 상응하는 제반 사항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안정적 복지를 기반으로 안전한 일터에서 마음 편히 일하도록 진정한 동행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전한 노동자 패싱, 힘 없는 자율개선 한계

금속노조 경주지부
금속노조 경주지부

그러나 자발적 협력만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율개선만으로 고질적인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하청업체 줄 세우기, 사내하청 불법파견 같은 문제를 풀긴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이번 상생협약도 앞선 조선산업·화학산업과 마찬가지로 당사자인 노동자가 참여하지 못한 방식이다. 하청노동자 처우개선에 협력한다면서 실제 하청노동자는 ‘패싱’한 셈이다.

노동자들은 근본대책은 자율개선이 아니라 원청과 하청노동자의 교섭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공동선언식이 열린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하청 노동자는 제쳐 놓고 사용자끼리 체결한 상생협약으로 다단계 고용구조가 만든 고질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 위험의 위주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노동부가 상생협약을 추진하는 배경은 진짜 사장인 원청 책임을 감추고, 진짜 해결 방안인 개정 노조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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