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거부권 남용’에 해당하는 만큼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거부권 제한 권한쟁의심판 해 볼 만”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주최한 ‘노조법 2·3조 개정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 국회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 3권의 헌법적 의미와 경제헌법을 고려할 때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 개념의 확장으로 사용자에게 보장된 재산권이나 직업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 119조2항 경제민주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는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며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리해고도 쟁의행위에 포함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손해배상 범위와 손해배상액 한도 설정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사용자에게 보장된 재산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재산권 행사와 공공복리 적합성(헌법 23조2항 사회적 의무)에 따른 제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장경제 질서를 규정하는 헌법 기본정신과 사회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노동 3권을 제대로 보장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기업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우리 헌법 이론을 고려한다면 사회 약자를 위한 노동 3권을 보다 강조하는 것이 헌법합치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거부권 제한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헌법 위반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단순한 위헌 의심만 가지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남용에 해당한다”며 “거부권 대상이 되는 법률의 위헌성이 객관적으로 명확한 경우로 한정하고 대통령 본인이나 가족과 관련한 법률의 경우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헌법적 해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있는 만큼 권한쟁의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은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거부권 행사를 자제했지만 지금은 그 권한을 남용하는 현실을 보고 있다”며 “학계에서는 필요에 따라 거부권 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가 권위 있는 결정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대통령 거부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통해 대통령이 역으로 국회가 대통령에게 보장된 거부권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로 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란봉투법 1997년 이전 복원 의미”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와 관련해 학설에서는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 구체적 결정권을 보유하거나 행사하는 사람이 사용자로 정의된다’는 실질적 지배력설이 통설 또는 압도적 다수설”이라며 “이런 입장에서 2010년 대법원 현대중공업 판결은 단체교섭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판시해 노조법 개정 없이도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되는 경우 이미 단체교섭의 사용자”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는 단체교섭 의무를 진다는 의미다.

박 명예교수는 “그럼에도 반대 입장과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 2건을 오랫동안 판결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대법원 판례가 명확하지 않다고 이해될 수도 있다”며 “노조법 개정은 사용자 범위를 둘러싼 논쟁을 어느 정도 정리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쟁의 정의를 확대한 것을 두고는 “개정안의 노동쟁의 정의는 1997년 이전의 노조법과 유사하거나 복원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에서 우원식·김영진·박주민·이수진(비례) 의원이 참석했다.

한편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법 개정안은 길게는 지난 20년, 짧게는 지난해부터 전 사회적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룬 법”이라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서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거부권 건의를 시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거부권 행사를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당장 노조법 개정안을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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