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26 월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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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노동자, 생애 첫 특수건강진단 받던 날검진받으려면 일당 포기하는 특수고용직 …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 출장 검진
▲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하니 솔직히 긴장되네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 혹시나 입원이나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큰 병이 있다고 하면 어쩌나 겁이 나요. 그래도 건강검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정말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7일 오후 4시께 경기도 광주시청 2층 휴게실은 임시 진료실로 변신했다. 올해로 11년째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한기석 전국대리운전노조 경기지부장은 이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특수건강진단을 받았다. ‘대리운전기사 노동자 맞춤형 특수건강진단 첫 시행’이라고 쓰인 현수막 아래에 20여명의 대리운전 기사들이 마스크를 쓴 채 문진표를 작성하고, 피를 뽑고 혈압을 쟀다.

특수건강진단은 유해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건강진단에서 직업병 유소견 판정을 받은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실시하는 건강검진이다. 6개월 이상 야간작업을 하는 노동자도 특수건강진단 대상이다. 하지만 특수고용 노동자인 대리운전 기사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소속 사업장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배제돼 왔다.

이날 특수건강진단은 경기도가 비용을 부담해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센터장 이진우)에서 실시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도입한 ‘우리 회사 건강주치의 사업’이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올해 특수고용직까지 확대되면서 대리운전 노동자도 특수건강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 회사 건강주치의 사업은 사업장 위험성 평가와 환경개선 컨설팅, 노동자 일반건강진단과 특수건강진단을 하고 사후관리를 체계적으로 해 주는 사업이다.

우리 회사 건강주치의 사업 특고로 확대
노동자들 야간운전·폭언 시달려


센터는 이날 대리운전 노동자를 위한 맞춤형 건강진단을 준비했다. 야간에 운전을 하고 술 취한 고객의 폭언에 시달리는 대리운전 노동자 특성을 반영해 검진 항목을 짰다. 직업환경전문의가 근골격계질환에 대해 면담과 문진을 하고 뇌심혈관계질환 발병 위험도 평가를 통해 건강상담도 병행했다. 의료원에서 엑스레이 촬영과 심전도 검사 시스템이 탑재된 이동형 진료 버스에 각종 의료장비를 싣고 왔다.

이진우 센터장은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장시간 야간운전을 하기 때문에 허리에 부담이 가는 동작이 많고 혈액순환 장애나 위장장애·수면장애, 또 대인관계에서 오는 정신질환 등에 노출돼 있다”며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개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이후 사후관리로 심리상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수건강진단 결과는 보통 사업주에게 통보돼 작업환경 개선에 쓰인다. 그런데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검진 결과를 개별 통보하고, 노조가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리운전 노동자의 건강 실태는 지금까지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다.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조 사무국장은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허리디스크 같은 근골격계질환을 달고 산다”며 “감정노동으로 인한 화병도 많은 데다 야간에 일해서 비타민D 부족으로 치아도 정말 안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가장 큰 문제는 건강검진을 하든, 치료를 받든 병원에 가려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아파도 참고 일하는 것”이라며 “평소 옆구리가 아프다고 자주 말했던 동료가 얼마 전 병원에서 말기암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야간에 일하고 주간에 쉬는 대리운전 업무 특성상 병원 문턱 밟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퀵서비스·건설기계 노동자
사업장 관계없이 누구나 건강관리 받게 하겠다


건강검진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국민건강보험에서 하는 일반건강검진을 받아야 하지만 대리운전 노동자는 일당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파주에 병원이 있는 센터가 이날 광주시청으로 출장 검진을 실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검진 시간도 대리운전 노동자 출근시간이 보통 오후 6시라는 점을 고려했다.

조미숙 경기도의료원 공공사업관리팀장은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건강관리 사각지대에서 열악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며 “경기도와 협조해 올해 말까지 퀵서비스 기사·건설기계 노동자 등 진단 대상을 특수고용직 전체 업종으로 확대해 원하는 노동자는 누구나 건강진단을 하고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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