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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노동자 건강진단을 진단한다] 고장 난 직업병 경고등 특수건강진단진단비용 내는 사업주 눈치 보기로 부실 키워 … 사후관리 안되는 반쪽짜리 진단 한계
   
▲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가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산재사망자는 2016년보다 10.1%(180명) 증가한 1천957명을 기록했다.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혹스러운 결과와 마주하게 된다. 사고로 죽은 노동자보다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업무상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964명으로 전년 대비 0.5%(5명) 감소했지만 업무상질병 사망자는 993명으로 22.9%(185명) 급증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사고 사망자는 258명으로 2.3% 감소한 반면 질병 사망자는 279명으로 24% 증가했다.

통계상 사고로 죽는 노동자보다 질병으로 죽는 노동자가 많아진 배경에는 산재보상 제도가 달라진 영향이 적지 않다. 뇌심혈관계질환 기준을 완화하는 등 산재 인정 문턱을 낮춘 것이 업무상질병 사망자 통계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터에서 직업병 예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업무상질병 사망자가 줄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직업병 예방과 진단의 1차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특수건강진단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일반건강진단의 경우 직장인 수검률은 87.1%다. 그렇다면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특별히 실시하는 특수건강진단 수검률은 어느 정도일까.

전체 사업장 1.5%만 특수건강진단 실시
대상자 파악조차 못하는 노동부


24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벤젠 같은 독성물질(177종)과 소음·분진에 노출된 사업장이거나 국제암연구소에서 2급 발암물질로 정한 야간노동을 하는 사업장 노동자는 6개월에서 2년마다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사업주가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으면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문제는 관할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특수건강진단 대상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업주가 ‘알아서’ 특수건강진단을 하고 그 결과를 지방노동관서에 보고하지 않는 이상 노동부는 누가 특수건강진단 대상자인지 알 수가 없다.

특수건강진단 대상자 규모는 그동안 한 번도 추산된 적 없다가 지난해 관련 연구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류향우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건강연구실 연구위원은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진단 대상 규모 추정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전체 사업장의 1.5%, 노동자의 7%만 특수건강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류 연구위원은 “이 수치는 전체 사업장과 노동자수 대비 특수건강진단 실시 추정비율”이라며 “심각한 문제는 특수건강진단 대상자 규모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건강진단 대상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특수건강진단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을 리 만무하다.
 

엉터리 특수건강진단, 12년간 개선됐을까

2006년 4월 부산의 피혁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가 디메틸포름아미드(DMF)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동포였던 그는 2005년 입국 당시 건강진단에서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피혁공장에서 일한 지 두 달 만에 특수건강진단에서 간장질환 소견이 나왔다. 특수건강진단을 한 병원에서는 A씨의 간장질환이 작업과 무관하고 근무 중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정했다. 그런데 A씨는 80여일 뒤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했다. 공장에서 사용한 DMF가 그의 간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 것이다.

이 일로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졌다. 당시 노동부가 전국 120개 특수건강진단기관을 일제점검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특수건강진단기관 80%(93곳 영업정지·3곳 지정취소)가 부실기관으로 드러난 것이다. 사업주 요구에 맞춰 직업병 유소견자를 일반질병 유소견자로 바꿔 주거나 유해인자를 누락하는 식으로 엉터리 특수건강진단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도개선 목소리가 높아졌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노동계는 물론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의 근본 원인이었던 진단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는 구조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종호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사업주가 특수건강진단 비용을 내고 사업주에게 직업병 진단 결과를 통보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다 보니 특수건강진단이 부실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례를 보자. 공업용 부품 생산공장에서 3년째 그라인더를 사용해 표면가공 작업을 하던 B씨는 손가락이 저리고 감각이 점점 사라지는 증상을 앓았다. 이 공장에 특수건강진단을 위해 방문한 의사는 단번에 수완진동증후군(레이노증후군)을 떠올렸고, B씨에게 직업병일 수 있으니 2차 검진을 해 보자고 말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던 공장 관리자가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직업병으로 판정하면 특수건강진단기관을 교체하고 B씨도 해고하겠다"는 윽박질렀다. B씨는 사업주가 비용부담을 거부해 결국 2차 검진을 받지 못했다.

사업주가 비용을 내다 보니 노동부가 수가를 정해 고시하는데도 특수건강진단 비용은 점점 낮아지고 검진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권종호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병원에서 기업의 종합건강검진을 유치하려고 특수건강진단을 ‘끼워팔기’ 식으로 할인해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병원들도 특수건강진단 비용을 아끼기 위해 소변검사의 시료분석을 검증되지 않는 외부기관에 위탁하거나 아르바이트 임상병리사를 고용해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송재철 대한직업환경의학회장이 연구책임자로 지난해 실시한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102명 가운데 21명(20%)은 "야간노동 특수건강진단이 병원의 수익 창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답했다.

특수건강진단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일반건강진단의 경우 의사 1명이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의사 얼굴만 보고 끝내는 '1분 진료'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업무관련성 평가를 비롯해 정밀한 진단이 요구되는 특수건강진단은 이런 제한조차 없다. 최근 특수건강진단 수요가 높아지면서 직업환경의학전문의 1명이 반나절 만에 100~200명의 노동자를 검진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1분 진료로 직업병 진단을 하는 실정이다.

야간노동 특수건강진단 받아 봤자
직업병 의심돼도 사후관리 ‘전무’

최근 특수건강진단이 크게 늘어난 반면 실효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노동자는 2013년 109만여명에서 2016년 182만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4년부터 특수건강진단 대상에 야간노동이 새로 추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직업병 판정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보면 야간노동으로 인한 질병요관찰자(질병으로 진전될 우려가 있어 추적관찰이 필요한 사람)는 29.4%, 직업병유소견자는 11.1%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비원이나 요양보호사 등 야간노동과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한 노동자에게 노동시간단축이나 부서전환 조치는 곧 해고와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특수건강진단이 제 역할을 못한 지 오래됐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일부를 개선한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건강진단의 새 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강진단을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마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열린 토론의 장이다. 생일에 유급휴가를 주고 병원에서 연령과 직업을 고려한 통합적인 건강진단을 생일선물로 주는 유럽 국가들의 방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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