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녹산공단 ㅅ금속 공장 내부. <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건강권대책위>

근로복지공단이 주물공장에서 일하다 납중독에 걸린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대한산업보건협회 특별건강검진에서 직업병 유소견 D1(납중독) 확진 판정을 받은 지 3년 만이다.<본지 2018년 1월16일자 2면 ‘녹산·밀양공단 노동자 납중독 수박 겉 핥기 조사가 병 키웠나’ 참조>

3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양산지사는 지난 2일 경남지역 녹산·밀양공단 ㅅ금속에서 일하던 정경화(61)씨의 산재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했다. 정씨는 2002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14년5개월간 ㅅ금속에서 주물작업을 했다. 동·납·주석·아연을 1천350도로 녹여 합금한 후 틀에 붓고 제품이 굳으면 탈착작업을 했다. 정씨는 공기 중에 흩어진 금속 산화물 입자인 용접흄으로 인해 온몸이 새파랗게 변했고 분진으로 손톱이 빠지는가 하면, 관절통과 어지러움·구토증상을 겪었다. 작업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정씨는 2015년 대한산업보건협회 특별건강검진에서 납중독 사실을 확인했다. 그해 작업환경측정 결과 사업장 유해요인이 확인되자 협회가 특별검진에 들어갔고, 정씨의 혈중 납 농도는 데시리터당 61.1마이크로그램으로 조사됐다. 정상 수치는 29.9마이크로그램 이하다. 협회는 납중독 확진 판정과 함께 보호구 착용, 작업자 배치전환, 추적검사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정씨는 협회의 배치전환 주문에도 계속 주물공정에서 일했다.

고용노동부는 확진 판정 후 1년이 지난 2016년 12월에야 근로감독에 나섰다. 피해자 조사나 해당 공정에 대한 조치 없이 안전보건 교육 미실시 같은 법 위반 명목으로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당시 근로감독을 한 근로감독관 A씨는 올해 1월 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에서 “주물작업임에도 (안전 관련) 특별교육을 하지 않아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했다”면서도 “D1 관리와 관련해 큰 규모의 사업장이 아님에도 의외로 추적관리를 잘하고 있었고, 이미 작업자 배치전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명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했고, 한 달 뒤인 12월 납중독 확정 판정을 받은 지 2년 만에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됐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상당기간 동일직종에서 근무했고 주물공정에서 납 등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유해물질 중 납·망간 등은 신경독성이 있는 물질이고, 이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뇌병증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질병판정위는 “특수건강진단 결과 정씨의 2015~2017년 혈중 납농도가 41.8~61.1마이크로그램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인 점을 종합하면 ‘납 및 그 복합물의 독성효과, 경도 인지장애’는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정씨의 부인 김아무개씨는 “산재 심사가 길어져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기본적인 치료만 받았다”며 “업무상질병에 책임이 있는 사업주도 나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병원이라도 마음 놓고 가 치료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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