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롯데택배 택배노동자가 여천터미널 인근 공터에서 하차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여천터미널은 파란 지붕 아래 공간에서 원래 분류작업을 하지만 공간이 부족해 울산울주대리점 노동자 11명은 뙤약볕을 맞으면 분류작업과 하차작업을 해야 했다. 택배연대노조
“어제는 아침 7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정오가 되도록 분류작업을 다 못 끝냈어요. 택배기사들 나이가 다들 많은데 바람 한 점 없는 땡볕에다 수동레일 깔고는 분류작업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옷은 땀으로 흠뻑 젖고, 이렇게 일하다가 정말 누구 한 명은 죽어요.”

롯데택배 울산울주대리점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 김아무개(43)씨가 지붕 하나 없어 온몸으로 뙤약볕을 맞아 가며 하는 장시간 분류작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가 전에 일했던 터미널도 열악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 작지만 조그만 휴게공간, 햇볕을 막아 줄 지붕은 있었다고 했다.

그의 작업환경이 달라진 것은 지난 3일이다. 롯데택배 울산지점이 서울주대리점과 남울주대리점을 통폐합하면서다. 서울주대리점 소장이 임대해 사용하던 서울주터미널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문을 닫았다. 서울주대리점과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던 택배노동자들은 울산울주대리점 소속으로 여천터미널에서 일하게 됐다. 택배기사들은 일할 공간이 부족해 터미널 주차공간으로 쓰이던 인근 공터에서 분류와 하차 작업을 해야만 했다.

노동자들은 1일부터 이틀 동안은 천막이 해진 터미널에서 일했는데, 노조가 안전보건공단에 확인한 결과 분류·하차 작업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회사는 2일 저녁 다시 택배기사들에게 여천터미널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택배연대노조는 “노조에 가입한 택배노동자를 해고하려 무리하게 두 대리점을 통폐합하다 보니 하차 공간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를 포함한 동료 17명 중 11명이 노조에 가입하자 회사가 서둘러 서울주대리점을 폐점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조합원을 배제시키려 했다는 증거로 남울주대리점 소장과 비조합원과의 녹취록을 제시했다. 남울주대리점 전 소장은 지난달 27일 비조합원에게 전화를 걸어 “6월1일부로 울산울주를 (운영)한다”며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만나서 (계약 및 수수료에 관한) 협상을 해야 하는데 안 오게 되면 (협상 및 계약을) 못하는 것”이라고 알렸다. 그는 “노조한테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며 “비조합원한테 전화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대화 내용을 다른 동료에게 흘려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노조는 “조합원인 택배노동자를 해고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서울주대리점 소장은 택배노동자들에게 한마디 상의 없이 재계약 만료일에 포기각서를 롯데택배 울산지점에 제출했고, 남울주대리점 소장은 그날 자신이 서울주대리점을 인수했다고 알려 왔다”며 “사실상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롯데택배 울산지점은 수수료 삭감 압박을 중단하고 열악한 터미널 환경 등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롯데택배측은 “본사는 위장폐점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재계약을 진행했지만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남울주대리점과 통폐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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